생활 습관을 바꾼 지 2주째로 접어들고 있다. 12시경(‘경’이 핵심;)에 잠들어서 6시경에 일어난다. 아직은 거의 일하던 시간에 자고 자던 시간에 일하는 분위기라 종일 몽롱한 상태고, 낮의 이 볕에 익숙지 않아서 뇌와 눈으로 열이 몰리는 느낌이다. 열이 오른 뇌는 뜨거운 물에 들어간 해면 같고, 눈알은 180도 튀김 기름에 던져 넣은 기분이다. 게다가 근간의 이 갑작스런 더운 날씨와 건조함은 불난 집에 석유를 통째로 붓는 것 같다고나 할까. 죽을 맛이다.

집에서 일하고 저녁에 운동 가는 것 외에는 다른 일이 없는 단순한 생활을 유지하는 중이다. 친구는 아주 드물게 한 번 만난다. 요즘은 용건이 없으면 채팅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정말 생활이 담박하다. 따라서 혼자 일할 때와 놀 때 즐거움과 안온함을 꾀하게 된다.

커피를 하루에 한 번 이상 내려 마시지 않기로 한 지는 제법 됐다. 특히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면 저녁 6시 이후로는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나이를 먹어선가, 너무 늦은 시간에 커피를 마시면 잠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후부터 그렇다. 하지만 입이 심심하고 건조한 요즘에는 뭔가 계속 마실 것을 찾게 된다. 아버지께서 끓이시는 차도 좋긴 한데, 하나만 마시면 재미없어서 영.

하여 오랜만에 차를 구입하기 시작했다(하여튼 뭐든 시작하면 돈이다. -_-;). 홍차는 얼그레이와 레이디그레이를 빼면 두 잔 이상 마시지 못하기 때문에 허브차로 결정하고, 이것저것 뒤지다가 티즈의 허브차를 몇 통 주문했다. 역시나 단일 허브만 된 건 재미없어서. 처음에는 새벽에 일하면서 마실 용도라서 ‘마음의 평화’와 ‘칼밍 캐모마일’을 주문했다. 그간 티즈의 몇 가지 차를 섭렵하고 어제 온 차는 다른 브랜드들. 어째 점점 주문 금액이 늘고 있다. 아이고. 건조하다고 죽어라 마시고 있는 중이라 차 떨어지는 속도도 장난 아니고.

중국차와 국산 녹차는 허브차처럼 편하게 마시기가 어려워서 집에 있는 차들도 다른 용도로 써야 할 상태가 되어 버렸다. 기회가 되면 맛있는 우룽차 계열을 마시고 싶은데, 이젠 나가지 않는 한 마실 일이 없을 듯(그 한 잔 마시자고 버릴 것이 뻔한 우룽차를 살 수도 없잖아.). 슬프다.

커피는 혼자 마실 때는 고노로 내리고 부모님이 드신다고 하면 칼리타. 이디오피아 이가체페를 중심으로 강배전 커피와 약배전 커피를 돌아가며 마시는 중. 한가위 때 마시려고 미리 두 봉지 사 두었는데 당장 연휴 때는 생활 습관 바꾸느라 몸이 힘들어선지 좀 아파서 그제야 겨우 뜯었다.

차를 마셔도 안구의 열은 쉬이 식지 않는다. 이모저모 이유가 있겠지만, 이 생활 습관에 적응이 되면 좀 나아지리라 생각한다. 실제로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그래도 영 눈이 사막 같고 뇌도 튀김 같아지면, 냉장고에 넣어 둔 아이마스크를 꺼낸다. 거의 얼굴의 반을 가리는 이 아이마스크를 눈에 대고 뒤에서 찍찍이로 꼭 단속하고 20분쯤 쉰다. 아, 냉장고에서 꺼낸 아이마스크의 냉기는 저 눈 안쪽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을 안겨 준다. 아아, 너무 좋아 이러면서 감동한다. 하루의 상당한 시간을 컴퓨터와 보내기 때문에 나로선 정말 요긴하다.

거의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본다. 책상 위가 내 세상이다. 지난 베이징 여행을 위해 샀다가 지금 노트북에 물려 쓰는 휴대용 스피커가 내 목숨 줄이나 다름없는데 선 어딘가가 접촉 불량인지 소리가 들쑥날쑥해서 안정적인 소리를 내는 자리를 찾아서 고정해 놨다. 앉아서 내내 음악을 틀어 놓는다고 음반 구입도 늘었다. 요즘은 케텔비의 감상적이고 극적인 음악이 마음에 들어 이승철과 베토벤 후기 피아노소나타와 병행 중. 그러다 가끔 시나 링고의 옛 노래를 듣는다(〈의존증〉은 정말 죽인다. 어제는 운동 오가면서 저 곡만 들은 듯.).

그런데 문득 생각해 보니.

책상물림 노동자로서, 입과 눈과 귀에 신경을 쓴다. 책상물림 노동자면 머리를 계속 굴려야 한다. 그럼 머리를 위해서는 뭘 하고 있나. 일단 쉬라고 잔다. 침대에서 뒹굴 때 쓰라고 북라이트를 하나 사 주었다. 끝. 아니, 머리를 쓰는 노동자면 머리에 투자를 해서 책 읽고 생각하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니냐? 책이라곤 얼마 전에 산 《마리 끌레르》 9월호랑 《판타스틱》 9월호가 전부 아냐? Orz
글 올리다 생각나다. 아침에 몽롱한 정신 들라고 스도쿠를 세 판씩 해 주고 있다. 이걸로는 안 되려나;;;
2008/09/18 12:57 2008/09/18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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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SLANd 2008/09/19 02:1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스도쿠, 하면 역시 닌텐도 두뇌머시기에 있는 스도쿠가 최고죠. 한동안 그거 하려고 일부러 전철 타고 퇴근하기도 했었답니다.

    • JIYO 2008/09/19 09:01  address  modify │ delete

      오, 닌텐도 스도쿠는 뭔가 다른 점이 있나요? 전 스도쿠는 숫자 맞추기 게임이니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그래도 닌텐도 DS는 안 살 겁니다! 안 그래도 폐인이므로;

  2. June 2008/09/20 15:2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바른 생활 계속 하고 계시는군요. 전 자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는 중. 어제는, 아니 오늘 새벽에는 오늘 끝낼 예정이었던 일을 갑자기 불타 올라서 끝내고 자느라 다섯 시까지 늦어지고 말았답니다. 덕분에 또 오전이 지나서 일어나고 말았죠. ㅜ.ㅜ 저도 어여 습관을 바꿔야 하는데 말이죠..
    요츠바는 지금 모니터 옆에서 웃고 있습니다. 보면 웃음이 나요^^ 다시 한 번 감사함다!

    • JIYO 2008/09/21 06:42  address  modify │ delete

      그게 문제예요. 낮에는 몽롱해서 그냥 있다가 밤이 되면 서늘한 공기와 더불어 정신이 또랑해지고 일도 좀 더 잘되죠. 조금이라도 더하고, 혹여 마감까지 걸려 머리가 반짝반짝해지면 그냥 날밤 새는 거야요. 꾸준히 일정량을 일하면서 버릇을 들여야 하건만. -_-

      난 요즘 어째 9시쯤이면 졸려요. 어제는 9시 반에 졸다가 씻지도 않고 그냥 뻗어답니다. 그리고 4시에 발딱. 조절이 필요해요, 조절이.

  3. 자줏빛노을 2008/09/30 09:1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요즘에는 급 추워집니다. -_-;;;
    전 8시에 자도 다음날 6~7시까지는 거뜬히 자는걸로봐서....
    아무렇게나 살아도 되는거 같습니다. =ㅁ=;;;;

    닌텐도 스도쿠 얘기가 나와서 인데,
    별 차이 없습니다. ^^; 다만 샤프와 지우개가 필요 없으니... 가지고 다니기는 편리하죠. ㅎㅎ;

    아무튼... 오늘 학교도 못나가고 병원가서 진찰 받는데... 좋게 나왔으면 좋겠군요... -_-;;;
    요즘 게임이고 뭐고 아무것도 못하고 있어요. ㅠㅠ 흙흙

    • JIYO 2008/09/30 14:34  address  modify │ delete

      정말 급 추워져서 지난 토요일 모임에 겹겹이 껴입고 나갔더니 덥더라구요. -_-; 완전 농락당하고 삽니다.

      자고 일어나는 거요. 일어나는 시간에 맞춰서 몸이 수면을 조절한답니다. 그러니까 평소에도 늘 6~7시에 일어나시는 거겠죠. 전 요새 한 시간씩 밀리고 있어서 걱정이에요. 날이 추워져선가 6시에 눈을 뜨면 바들바들 떨다 다시 잠듭니다;

      근데 어디가 아프신데요? 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