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책 가지러 오라고 전화까지 왔는데(자기네가 잘못하긴 했지)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 여태 못 가고 그 와중에 도서관에 들어올 날 기다리기가 감질나서 에노키즈의 팔딱거리는 활극을 주문하고 말았다. 일이 좀 밀린 상황이라 틈틈이 조금씩 아껴가면서 읽는 중인데 저번의 그 아저씨 이번에도 나오는구나. 간만에 다시 읽으니 정말 말 많다, 이 소설. -_- 완전 삼천포 대마왕이야.

문제는 요즘의 지름신인데, 내가 달랑 저것만 시켰겠냐고. 요새 알라딘에서 수입음반 할인하더라? 며칠 전에는 말했다시피 그라인더 대용으로 쓰던 믹서가 사망했지. DG에서 나온 클라이버 지휘의 베토벤 교향곡 7번에 화들짝 놀랐는데, 오르페오에서 나온 7번은 또 안 들으면 불행하다는 문구에 낚여서 그걸 덜컥 사 버렸다. 뭐 그 김에 라디오헤드 2CD도 사고, 클렘페러의 베토벤 교향곡 5번&7번도 사고 등등등. 음반은 정말 대여섯 장만 사도 순식간에 깜짝 놀랄 만한 금액이 된다.

배송된 날 파파팍 포장을 뜯고 음반을 하나씩 듣기 시작했다. 클렘페러는 진짜 착하고 우아하고 곱더라. 양갓집 남자? 착해지고 싶을 때 정격적인 연주를 듣고 싶을 때 들을 것 같다. 솔직히 나라면 이거 괴작이구나! 라고 새벽에 멍하니 천장을 보게 만들었던 클라이버의 베토벤 7번을 더 들을 것 같다(두어 번 듣고 영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도로 넣어 두긴 했지만.). 하지만 오르페오의 클라이버 베토벤 7번(제길, 클래식 음반은 이래서 짜증이야. 뭐 이리 기냐;)은 아아 너무 좋다.

클라이버는 전에 말한 베토벤 5번으로 처음 제대로 들었다. 그때 그 곡이 썩 마음에 들어서 7번이 같이 든 DG의 음반을 샀더랬다. 그리고 내가 음반을 사서 들은 건 이게 두 번째이고, 곡은 세 번째인데, 나 이 아저씨한테 반한 듯. 난 확실히 자기 세계가 분명한 사람이 좋은가 보다. 어딘가 이상한데 좋다. 실은 듣다가 앞부분에서 풋! 하고 웃어 버렸다(지헨의 기타리스트 우키구모의 개인 인디밴드 '페트롤즈' 음반 들었을 때와 비슷한 마음으로). 그 뒤로 푸하하하; 이 7번에는 어딘지 막 가는 느낌이 있다. DG 7번도 다시 들어 봐야 할 것 같아졌다. 결국 리핑해서 mp3p에 넣었다. 중독될 것 같아, 당신.

그런데 내가 음반만 샀겠냐고. -_-; 그라인더 샀지. 사는 김에 드립포트도 샀다. 심지어 고노 드리퍼와 거름종이까지. Orz 아니 난 정말 이런 사람 되고 싶지 않았거든? 그냥 칼리타에 대충 내려서 물 들이붓고 홀랑홀랑 마시는 커피가 제일 좋단 말야. N.이 ‘역시 고노가 좋아요.’라고 말할 때도 ‘난 그런 거 몰라.’라고 했고, ‘보헤미안’의 커피는 너무 써서 싫다고 생각했단 말이지. ‘쿠아모스’ 아저씨가 내게 마셔 보라면서 각종 커피를 주기 전까지는. 난 저렴한 내 입맛이 좋아. 만족하기 쉽잖아. 이런 사람이 행복한 법이야.

그라인더는 조금씩 갈리는 정도를 맞추는 중(그런데 의외로 원두 가는 거 중노동이더라. 믹서는 중노동을 했었구나. 다시 한 번 명복을.). 어제는 그냥 거기에 물 타서 마셔도 될 정도로 갈렸고, 그거보다 좀 굵게 갈리게 조절한 오늘도 아직 먼 듯. 덕분에 커피 좀 많이 쓰다. 고노는 내리는 사람 손을 꽤 탄다던데, 아니, 대체 내 주제에 왜 이런 짓을 하냔 말야. 하이고.

종일 앉아 컴퓨터를 쳐다보고 일하고 문장 세 줄 보고 나면 뭔가 찾을 게 생겨서 인터넷을 열고, 열면 딴 짓 하고, 딴 짓 하다가 뭘 찾으러 왔나 까먹고, 다시 일하던 파일로 갔다가 다시 찾으러 브라우저 보면 또 딴 짓. 무한 반복; 그 다람쥐 쳇바퀴 속에 지름신이 사신다. 인터넷 쇼핑몰 주인은 부자가 될지니. 내가 알라딘만 먹여 살리는 것도 아니고. 오프라인에서 사는 물건이 거의 없다시피 한 인생. 얼마 전에 단골 쇼핑몰에서 벼룩시장 한다고 해서 살림 거덜 냈는데, 마음에 드는 카디건이 떴다. 니트에 미치고, 카디건에 맛이 간다. 하아. 싸기나 하면.

이렇게 해서 외장하드 사는 날은 자꾸 뒤로 밀리고(아직 노트북 상황이 괜찮아서 개기는 중). 오죽하면 준식이랑 호야는 외장하드 ‘정말’ 사거든 꼭 알려 달란다. 아니, 실은 전에 시게이트 것 주문했다가 단종됐다고 환불받았다니깐. 정말이야. 그 뒤로 마음에 드는 것도 없고, 다소 의욕도 잃고 그런 거야. 이번 웬디 마이북에 꽂혔으니 그건 ‘살지도’ 몰라.

아니, 그냥 지름신은 내 마음속에 계신다. 언제나, 항상, 늘, 곁에.
2008/08/20 19:34 2008/08/20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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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줏빛노을 2008/08/21 22:2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전 갑자기 책에 필 받아서.... 아마존이니 교보문고니에... 잔뜩 주문해둬버렸군요...
    ..... 이제 슬슬 도착할 시간이 되었습죠... -_-;;

    아마존에 3권 교보에 5권(일본쪽 2권, 미국쪽 3권)....
    ..... 이걸 어떻게 해야하죠? -_-;;;

    • JIYO 2008/08/22 04:15  address  modify │ delete

      아마존에 주문해 본 적 없습니다. 영어 못한다니까요! *버럭!* 그러니 제가 도서비와 배송비가 얼만지 알 턱이 없죠. 몰라요, 몰라. 일본 책 요즘 안 비싸잖아요. 아니, 정말 웬 엄살을 그리 부리시는 겁니까. 저 위에 주워섬긴 목록 합계가 얼만지 아세요? 어흑. ㅠ.ㅠ

  2. 소루 2008/08/22 16:1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전 요즘 책 살 돈이 없어서(....) 백기도연대도 도서관에 예약 걸어 놨습니다. 원래 저희 학교 도서관이 일본 장르소설 신간만 들어오면 예약한도초과;로 예약이 걸릴 정도로 덕들이 많은데 이건 왠지 조용하네요. 제가 2빠;;; 한 달도 전에 출간된 모소설은 아직도 6빠 예약자인데...
    해외주문 하니 생각나는데 제가 일서 무더기로 주문하니까 환율이 팍팍 내리더군요. 으악.

    • JIYO 2008/08/23 15:37  address  modify │ delete

      책 살 돈이야 뭐 늘 없죠. 전 만날 딴 짓 하느라 책도 못 사요. 백기도연대 다 읽으면 드릴까 했으나 전편을 가져간 친구가 이것도 가지겠다고 해서 그 친구 줘야 할 듯해요. 일 안 하고 오늘 새벽에 다 읽고 말았습니다. ㅠ.ㅠ
      근데 2빠나 6빠가 순서인 거죠? 대출자 순서. 다들 책 많이 보나 보네요. 근데 왜 도서 시장이 불황인 거지? -_-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