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자면 글 간격이 길어진 데다 시간도 오래돼서(작년 이달 말에 여행 갔단 말야;) 중도하차를 할까 잔머리를 굴렸는데, 오히려 뒤쪽이 더 여행으로서 좋았던 거 같아서 염치 불구하고 그냥 다시 계속 잇기로 했다. 이번엔 빨랑 후딱 써서 마치고 말리랏!!! (정말?)
베이하이 공원의 북문을 나와 길을 건너면 그 유명한 허우하이가 바로 보인다. 이전에 뭐라고 썼는지 영 기억이 안 나니 구체적인 설명은 잘라먹고, 허우하이는 예전에 싼리툰이 누렸던 영광을 재현하는 곳이다. 싼리툰에 가니 허우하이에 비교해 정말 몰락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외국인이 많고 돈 있고 서양 문물에 좀 익숙한 이들이 드나들던 싼리툰은 그 중심을 허우하이에 넘긴 듯하다.
허우하이는 싼리툰과는 조금 다르다. 뭐 초입에 별다방도 있고 서구식 맥주집도 좀 있지만, 정말 거기서 안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후퉁이 즐비하다. 물론 싼리툰의 뒤켠에도 사람 사는 곳은 많지만, 허우하이는 진짜 바로 옆집이 술집이고 옆집이 애 키우는 가정집이다. 후통이 즐비하다는 말은 사람 사는 곳이란 얘기다. 같이 간 일행 중 한 분이 후퉁이 뭐 이러냐고 실망스럽다고 하셨지만, 난 그보다 생활 영역을 침범당한 중국인이 안타까웠다.
술집과 음식점이 줄줄이 늘어서기 전에 이곳이 얼마나 지내기 좋았을까 생각해 본다. 앞에는 맑지는 않아도 물이 있고, 슬슬 다닐 수 있는 산책로에는 조그맣지만 사찰도 있고 왕부의 옛 저택도 있다. 골목골목에는 아직 작은 가게들이 자기 개성을 가진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그러니까 전형적인 베이징의 좋은 동네다.
허우하이의 별다방에서 너무나 더운 나머지 아이스커피를 시켰다. 더운 물에 얼음을 담아 주는 센스. -_-; 얼음이 녹을 때까지 뜨뜻해서 마실 기분이 안 났던 멋진 커피. 여기만 그런 줄 알았는데 나중에 중관춘의 별다방에서도 같은 경우를 당했다. 아, 정말 일 년에 세 번도 냉커피를 안 마시는 내가 거기서 왜 그딴 걸 시켜서 그 고생을 했을까. 당할 팔자였던 게지.
허우하이는 내게 딱 그 냉커피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그 더러워 보이는 물에서도 수영을 하는 중국인을 보며 경악하고, 각종 모양 다른 배들이 충돌 없이 다니는 모습에 감탄하기는 했지만, 올림픽을 맞아 온통 뜯고 공사하는 허우하이는 슬펐다. 옛 왕부를 찾지 못해 물 옆의 술집 낡은 소파에 몸을 묻고 맥주를 마시며 걷다 지친 다리를 쉬는 내내 마음이 기쁘지 않았다.
해가 졌다. 어둑해지는 물가로 등을 건 배들이 흔들흔들 오갔다. 일행 중 한 분이 저걸 타야 한다고 외치셨고, 우리는 못 이기는 척하고 탔다. 근데 이거 대박. 일단 팡산판좡에서 너무 잘 먹어서 배가 고프지 않았던 차라 우리는 맥주와 안주를 근처 가게에서 잔뜩 사서 배를 탔다. 다행히 물에서 냄새까지는 나지 않았고, 해가 진 물 위로 사공이 젓는 배는 아련한 느낌을 주었다. 지나가는 배들에는 비파를 타는 여인도 있어서, 아득히 들리는 비파나 여인의 노래를 들으며 이것이 무협지의 세계인가 감탄하며 흐뭇해하기도 했다. 맥주는 금세 동이 났다. 성실한 사공은 맥주를 사양했고, 우리는 안주라도 먹으라며 바쁜 총각의 입에 안주를 넣어 주었다. 깜깜한 하늘로 공명등이 솟아올랐다. 누군가 팔고 누군가 사서 날리는 듯, 하지만 나로선 감회가 밀려오는 느낌이었다. 어두운 하늘 속으로 날아오르는 공명등의 모습을 보니 왠지 만감이 교차했다.
배는 한 시간인가 탈 수 있고, ‘야진’이라고 해서 선불로 돈을 내 두어야 한다. 일종의 계약금 같은 건데 무사히 돌아오면 돌려준다. 하지만 야진은 다소 센 금액이니 돈을 좀 챙겨 가면 좋다. 기억으로는 대충 500위안인가 했던 듯. 야진 가격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배에 따라 다르기도 한 것도 같고. 아 정말 도움 안 되는 여행기구나. 왜 쓰냐, 대체;;;
일행 중 한 분이 급히 전화를 받고 다른 곳에 가셔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나처럼 탱자탱자 놀러 온 인간이 아니라 일로 오신 분이라.). 일단 그분을 보낸 뒤 우리는 조용히 서로를 마주보았다. 우리는 그날 처음 만났고, 가신 분이 바로 중개자였다. 한 분은 나보다 약간 연장자, 한 분은 나와 동갑이던가 한두 살 어리던가 했다. 가신 분은 두 분을 숙소로 잘 부탁한다며(중국어 가능자는 유일하게 나 하나;) 자리를 뜨셨다.
“숙소로 가시겠어요?”
당장 반응이 나왔다. 가긴 어딜 가냐, 이제 시작이다. 이렇게 왔는데 그냥 숙소로 갈 수는 없다. 어디로든 가서 더 놀자. 아이고. 난 두 분이 같이 다니면서 참 좋았기 때문에 속으로야 물론 기뻤다. 호호. 논다는데 뭐. 노래방 가자는 것만 아니면 어디든 간다는 말이죠.
허우하이는 더 이상 즐길 마음이 없었다. 일단 택시를 잡아탔다. 운전기사 아저씨한테 내가 물었다.
“아저씨, 우리 외국인이에요. 근데 허우하이는 별로예요. 중국 사람들이 편히 다니는 재미있는 데로 데려가 주세요.”
호호, 바로 나왔다. 그래서 그리로 갔다. 그때가 내 베이징 여행 중 제일 즐거운 때였다. 아, 물론 다른 때도 즐거웠지만, 사람이 같이 옆에 있으면서 이렇게 즐겁기는 쉬운 일이 아니니까. 그분들이 내 블로그에 오실 리는 없지만, 정말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드리고 싶다. 진짜 즐거웠다.
그건 다음에.
근데 이거 안 좋구나. 베이징 가고 싶어졌다. 아아, 죽겠네. 올림픽이나 빨랑 끝나 버렷!!!

허우하이(이하 사진들은 나중에 다시 가서 찍은 것임;)

그러니까 이걸 타고 허우하이 뒤의 후퉁을 누빕니다요. 전 안 타서 가격 몰라요~.

그러니까 이렇게 사람 사는 곳이라는 거
허우하이의 별다방에서 너무나 더운 나머지 아이스커피를 시켰다. 더운 물에 얼음을 담아 주는 센스. -_-; 얼음이 녹을 때까지 뜨뜻해서 마실 기분이 안 났던 멋진 커피. 여기만 그런 줄 알았는데 나중에 중관춘의 별다방에서도 같은 경우를 당했다. 아, 정말 일 년에 세 번도 냉커피를 안 마시는 내가 거기서 왜 그딴 걸 시켜서 그 고생을 했을까. 당할 팔자였던 게지.
허우하이는 내게 딱 그 냉커피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그 더러워 보이는 물에서도 수영을 하는 중국인을 보며 경악하고, 각종 모양 다른 배들이 충돌 없이 다니는 모습에 감탄하기는 했지만, 올림픽을 맞아 온통 뜯고 공사하는 허우하이는 슬펐다. 옛 왕부를 찾지 못해 물 옆의 술집 낡은 소파에 몸을 묻고 맥주를 마시며 걷다 지친 다리를 쉬는 내내 마음이 기쁘지 않았다.

배 종류는 다양했습니다요~
배는 한 시간인가 탈 수 있고, ‘야진’이라고 해서 선불로 돈을 내 두어야 한다. 일종의 계약금 같은 건데 무사히 돌아오면 돌려준다. 하지만 야진은 다소 센 금액이니 돈을 좀 챙겨 가면 좋다. 기억으로는 대충 500위안인가 했던 듯. 야진 가격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배에 따라 다르기도 한 것도 같고. 아 정말 도움 안 되는 여행기구나. 왜 쓰냐, 대체;;;
일행 중 한 분이 급히 전화를 받고 다른 곳에 가셔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나처럼 탱자탱자 놀러 온 인간이 아니라 일로 오신 분이라.). 일단 그분을 보낸 뒤 우리는 조용히 서로를 마주보았다. 우리는 그날 처음 만났고, 가신 분이 바로 중개자였다. 한 분은 나보다 약간 연장자, 한 분은 나와 동갑이던가 한두 살 어리던가 했다. 가신 분은 두 분을 숙소로 잘 부탁한다며(중국어 가능자는 유일하게 나 하나;) 자리를 뜨셨다.
“숙소로 가시겠어요?”
당장 반응이 나왔다. 가긴 어딜 가냐, 이제 시작이다. 이렇게 왔는데 그냥 숙소로 갈 수는 없다. 어디로든 가서 더 놀자. 아이고. 난 두 분이 같이 다니면서 참 좋았기 때문에 속으로야 물론 기뻤다. 호호. 논다는데 뭐. 노래방 가자는 것만 아니면 어디든 간다는 말이죠.
허우하이는 더 이상 즐길 마음이 없었다. 일단 택시를 잡아탔다. 운전기사 아저씨한테 내가 물었다.
“아저씨, 우리 외국인이에요. 근데 허우하이는 별로예요. 중국 사람들이 편히 다니는 재미있는 데로 데려가 주세요.”
호호, 바로 나왔다. 그래서 그리로 갔다. 그때가 내 베이징 여행 중 제일 즐거운 때였다. 아, 물론 다른 때도 즐거웠지만, 사람이 같이 옆에 있으면서 이렇게 즐겁기는 쉬운 일이 아니니까. 그분들이 내 블로그에 오실 리는 없지만, 정말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드리고 싶다. 진짜 즐거웠다.
그건 다음에.

이런 느낌이 참 좋지 않나요?
2008/08/07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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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좋아요.
근사한 곳도 좋지만, 거기 사는 사람 냄새 묻어나는 곳, 좋아요.
다리품 팔고, 맛집이나 쇼핑과는 거리가 먼 타입의 여행을 하는 편이라 그런지 보기 좋네요. ^^
말만 통한다면 거기 사는 사람처럼 다니는 거 참 좋은 거 같아요. 나중에 기억에 더 남는 곳도 뒷골목이니 거기 사는 사람들이 다니는 곳이니 이렇더라구요.
저번 여행의 목표가 돌아다니는 데 있어서 열심히 걸으려고는 했어요. 관광지도 아우르고 싶었고. 사실은 날이 좀 길다고 욕심이 많았죠. 중국은 맛집 다니는 재미도 썩 좋아요. 그때는 혼자 가서 그게 꽝이었지만. ㅠ.ㅠ 언젠가 재도전할 거야요.
말 안 통해도 그냥 다니면 되지 않을까요? 다음에는 영어도 일본어도 못하는데 그런 나라로 가 볼까 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