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한번 끝내준다.

밤낮을 뒤집은 생활을 지속하다가 수면 시간이 길어지면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때가 찾아온다. 그러다가 갑자기 아무 때나 확 졸리다. 며칠 그랬다. 그리고 어제 졸음을 참지 못하고 정말 겨우겨우 샤워하고 쓰러져 잤다. 아, 이러다가 재수 좋으면 아침형 인간이 되더라 하면서. 모기의 엥 하는 날갯짓 소리에 눈을 떴다. 어지간하면 다시 자는데 정말 눈이 ‘상큼하게’ 떠졌다.

예감대로 딱 두 시간 잤다. 흑, 만날 이래. 포기하고 일어나 아침 8시까지 삽질을 하고 졸음이 와서 알람을 맞추고 잤다.
알람 안 들렸다.
시계 보니 오후 3시였다. Orz
책 택배가 와서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훑으니 6시. 오늘의 첫 끼니를 배 속에 넣어 준 게 6시 반.

친구와 전화로 한 시간 수다를 떠는데 XTM에서 올빼미 TV 영화제 어쩌구 하면서 《배트맨: 다크나이트》를 해 준다는 소리에 볼까 말까 고민했으나, 방금 확인해 보니 아니었음. 심지어 각 영화들의 ‘엑기스’만 90분 보여준단다. 본 영화면 모르되 안 본 영화면 완전히 당하는 거잖아. -_-

오늘의 요가 주제는 ‘오늘 한번 죽어 봐라.’ 그 무서운 짓을 하고 여태 깨 있는 내가 용하다. 졸려. 요샌 정말 요가만 마치면, 아니 하는 중간에도 졸리다. 이게 불규칙한 생활 때문인지 저 빡센 요가 때문인지 모르겠다. 사흘째 내 몸이 내 몸이 아니여.

하루 한 끼만 먹고 잔다는 건 용서가 안 된다는 마음에, 찐 옥수수를 꺼내 데우고(어머니 왈, 아 이 밤에 웬 옥수수를 그리 많이 꺼내?), 며칠 전에 사온 쌀과자를 바리바리 챙겨(아버지 왈, 야 이 돼지야, 이 밤에 뭘 그리 집어 가!) 꾸역꾸역 먹었다. 이대로 잘 순 없단 말이야. 졸려도 먹고 잘 테다.

먹으면서, 예전 ‘지요지재’와 다른 블로그들의 엉킨 자료를 수습. 이게 완전히 손 노가다면서 시간은 시간대로 먹어서, 실은 새벽도 이 짓이랑 스킨과 index.xml 파일 만지느라 보냈는데 아직도 요원하다. 특히 각 글에 댓글과 트랙백을 걸지 못하게 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일일이 손으로 각 글을 눌러 걸지 못하게 체크하기 노동을 하고 있다. 지루하고 지난하고 귀찮지만 안 할 수도 없는. 글이 섞여서 블로그 성격에 맞게 나누는 일도 아직 다 못한 상태건만. 정말 삽질이다, 이건. 흑.

그 와중에 집어 먹은 게 배를 채워 다시 졸리다. =_=
내일은 간만에 술 마시러 종로 나가고. 아주 잠시 여유가 생겼는데 참 할 일 많구나. 내일은 엠비씨게임 결승인데, 이 비에 사람은 좀 많이 들려나. 박지수의 첫 결승 진출이라 등을 두드려 주고 싶지만, 이미 내 마음은 제동이한테 쏠린 지 오래. 너무 귀엽잖아. 독기총총한 눈도 예쁘고. 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투니버스에서 그 말 많고 탈 많은 《은혼》이 한다. 요새 투니가 시끄러워서 해 줄 수 있으려나 했으나 역시 하는구나. 그 ‘탈’ 때문에 재방 일정이 안 잡힌 듯하니 본방사수다. 긴토키는 자형 님으로 결정된 듯. 신파치의 홍범기 성우도 기대되고, 다른 성우들도 진정 궁금하다.

영화 자주 안 본다고 노래를 하건만 《배트맨》은 제법 기다린 영화라 안 볼 수가 없다. 그럼에도 지금의 이 분위기에 다소 눌리는 것도 사실. 왠지 점점 엄두가 안 난다고나. 서사(혹은 서사 속의 인물)에 감정이 이입되는 순간, 난 늘 괴롭다. 그게 어떤 장르든. 그러니 공포물 같은 건 절대 못 본다. 아니 하여튼 그렇다. 말하자면 긴데 나도 아직 잘 설명하지 못하겠다.

‘말’로 무언가를 설명하는 일은 쉽지 않고, 길어지기 쉽고, 구차해지기 쉽다. 그래서 그 지난한 과정을 건너 원하는 바를 한순간에 느끼게 하는 예술을 동경한다. 난 예술은 꿈도 꾸지 못하고, 그나마 말은 할 수 있지만 ‘제대로’ 하지는 못한다. 보조적인 역할이라도 말이 없었다면 더 힘들었을까. 얼른 씻고 자야겠다.
2008/07/26 02:20 2008/07/26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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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삭 2008/07/26 11:3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요가가 대체 얼마나 무시무시하기에 그런... 어디 한번 죽어봐, 이렇게 운동해본 적이 없어서 상상이 안 되는군요. 촛불집회 나가면 기본 2시간 정도는 걷기 때문에 꽤 운동이 되었는데 이제 자주 안 나가니까 정말 운동할 기회가 없어져버렸음.

    방학을 한 후로 아이가 아침마다 저를 깨우고 있어요. -_- 아침 9시 반에 일어나 밥 달라고 삐악삐악. 요즘 또 아주 잘 자고 있슴다. 4년 전부터 면생리대를 쓰면서 생리통이 거의 없어진 대신 묘한 증후군 하나가 생겼는데, 바로 생리 시작 며칠 전부터는 어마어마하게 잠이 쏟아진다는 거예요. 하루 평균 4시간 수면이 이 기간만큼은 두 배 이상 뛰죠. 생리 때 죽는 게 낫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이 정도로 지나가는 저는 행운아...?

    • JIYO 2008/07/26 12:28  address  modify │ delete

      일단은 제가 그다지 똘똘한 체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게 문제고요...;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저 다니는 곳 선생님이 거의 필라테스 혹은 파워 요가에 가까운 요가를 하시거든요. 애가 부실해서 저거 다 따라하고 나면 삭신이 쑤셔요. 의외로 요가가 자세만 제대로 들어가면 안 쓰던 근육까지 다 쓰니까 아무래도.
      언니가 대단하신 게 전 그렇게 두 시간 걷기 하면 다음 날 못 일어나요. -_-; 강좌 간다고 일주일에 한 번 다녀오는 것도 피곤한데. 여튼 집 벗어나면 다 피곤;

      제 친구도 면생리대 쓰면서 생리통 사라졌다고 하더라고요. 제게도 권하던데 아직은 제 집이 아닌지라 독립이라도 하면 또 모를까 지금은 어렵죠. 저도 생리 전후로는 열라 자요. 그치만 언니처럼 평균 4시간 주무시는 분은 이 핑계로 좀 주무셔야 하지 않아요? 전 엄청 자요; 규칙적인 생활이라도 해야 좀 나아질 텐데 이래서야 원. ㅠ.ㅠ 하긴 그래서 언니가 그리 바짝 마르셨겠지요... 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