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톱을 내놓는 신발 신을 일이 슬슬 많아지면서 지난달에 네일숍에 갔다(그러니까 이거 지난달 이야기). 올해 들어 처음 하는 발 정리인지라 색칠만 할 게 아니라 각질 제거나 기타 등등 필요한 것도 좀 해야겠다고 생각하기는 했다. 내가 발톱을 자르면 항상 양쪽 엄지발가락 모양이 달라서 우습다. 색칠이라도 하면 그게 두드러져서 더 우습다.
발톱 정리를 하던 처자가 각질 제거를 하겠느냐고 물어서 그러마고 대답한 뒤 책을 읽었다. 색을 고르고 발톱에 칠하고 난 뒤 말한다. 엄지발톱이 큼직하니 그냥 두기보다 뭔가 하는 편이 좋겠다고. 체구는 작지만 손발은 크고 손발톱도 작지 않다. 엄지발톱은 안 그래도 내 콤플렉스. 고민 끝에 작게 꽃 한 송이를 넣기로 했다.
손에 색칠을 하면 관리도 귀찮고 지우기도 귀찮고 신경 쓰기도 귀찮아서 손은 그냥 정돈만 해 달라고 했다. 그래, 난 손발톱, 머리카락도 잘 자란다. 늘 하는 소리지만, 이것들 자라는 속도의 십 분의 일만 키가 자라면 좋겠다. 흑흑흑.
계산을 하려는데 생각도 못했던 숫자를 말한다. “예?” 하고 얼빵한 표정으로 마주 보니 설명을 해 준다. 아아, 엄지발톱 하나에 그린 꽃 한 송이가 1만 원짜리였다. 쪼그리고 앉아 정말 작은 캔버스인 엄지발톱에 꽃을 그리는 사람을 생각하면 그 1만 원이 비싸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단 내겐 절대 가격이 너무 높다! 아니 그 돈이면 대체!!! 용처가 있어서 찾아 지갑에 넣어 둔 금액 전체보다 많잖아.
결국 바로 근처에 있는 현금출납기에 수수료 1,200원을 바치고 돈을 더 찾아 지불했다. 그리고 비싼 돈 들인 발톱이 망가질까 두려워 운동을 포기하고 바로 집에 가서 발가락 고이 보존하며 잠들었다. 내 귀에는 같이 있던 손님이 그 정도면 싸게 한 거라고 한 말이 쟁쟁했다. 손발을 세트로 제대로 하면 돈 십만 원은 그냥 깨지는 거였구나.
난 백면서생이다. 곧 죽어도 딱 여기서 벗어나지를 못하더라. 이론은 좀 아는데 실전은 꽝이고, 서생인지라 사람 사는 여러 방면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대단히 적다. 친구인 이루릴은 가끔 내 부족한 지식에 대해 어이가 없을 지경이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어떤 분야는 알 만큼 아는 것 같은 사람이 어떤 분야는 ‘기본 상식’조차 없다는 점이 놀랍다고.
특히 약한 분야가 이런 쪽인데, 전에 운동하는 곳에서 거기 회원들이 속눈썹 연장술과 눈썹, 아이라인, 입술 문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길 가다가 보는 광고 전단에서 그런 게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설마 실제로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 생각해 왔다. 그날은 내게 새로운 경험의 날이었다. 거기 앉아서 수다를 떠는 회원들에게 이 분야는 상당히 익숙한 것이었고, 간단한 성형 수술 어쩌구 하는 패션잡지의 기사는 농담이 아니었다. 잘하는 숍에 대한 정보 교환이 시작되면서 멀찍하게 앉아 있던 난 바보처럼 떡 벌리고 있던 입을 닫고 한쪽 구석으로 이동했다.
이 두 가지 경험이 내게 안긴 충격과 그로 인해 생각하게 된 여러 가지에 대해서는 기회가 된다면 훗날 이야기하겠지만, 그것보다 제일 먼저 떠오른 감각은 ‘역시 난 바보구나.’ 하는 자괴감이었다. 보편적인 흐름이나 감각에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은 진작 인정하고 포기하는 부분이었지만, 근간에 그것을 그토록 실감나게 느끼도록 해 준 사건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조금 슬펐다.
뭘 먹고 이렇게 잘 자라는지 모르는 내 발톱이 씩씩하게 잘 자라서 더는 버틸 수 없게 됐다. 엊그제 리무버로 색칠한 걸 싹 지우고 발톱을 깎고 나니 훨씬 보기 좋았다(역시나 발톱은 짝짝이로 잘랐다. 흑.). 그래도 맨 발톱으로 여름을 나는 건 확실히 좀 아니라서, 이틀 발톱을 쉬게 하고 오늘 쏟아지는 비를 보며 발톱에 연한 색의 네일컬러를 발랐다. 발 사이에 쿠션을 넣고 발가락을 꼼지락꼼지락하다 보니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새로운 세계였다. 늘 그렇듯 새로운 세계는 새로워서 좋다. 이번에 알게 된 이 세계는 아마도 당분간 그대로 다시 닫히겠지만, 뭐 알 수 없지. 언젠가 내가 확 달라져서 그 바닥을 쫙 꿰게 될 줄 누가 알겠어? 호호.
발톱 정리를 하던 처자가 각질 제거를 하겠느냐고 물어서 그러마고 대답한 뒤 책을 읽었다. 색을 고르고 발톱에 칠하고 난 뒤 말한다. 엄지발톱이 큼직하니 그냥 두기보다 뭔가 하는 편이 좋겠다고. 체구는 작지만 손발은 크고 손발톱도 작지 않다. 엄지발톱은 안 그래도 내 콤플렉스. 고민 끝에 작게 꽃 한 송이를 넣기로 했다.
손에 색칠을 하면 관리도 귀찮고 지우기도 귀찮고 신경 쓰기도 귀찮아서 손은 그냥 정돈만 해 달라고 했다. 그래, 난 손발톱, 머리카락도 잘 자란다. 늘 하는 소리지만, 이것들 자라는 속도의 십 분의 일만 키가 자라면 좋겠다. 흑흑흑.
계산을 하려는데 생각도 못했던 숫자를 말한다. “예?” 하고 얼빵한 표정으로 마주 보니 설명을 해 준다. 아아, 엄지발톱 하나에 그린 꽃 한 송이가 1만 원짜리였다. 쪼그리고 앉아 정말 작은 캔버스인 엄지발톱에 꽃을 그리는 사람을 생각하면 그 1만 원이 비싸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단 내겐 절대 가격이 너무 높다! 아니 그 돈이면 대체!!! 용처가 있어서 찾아 지갑에 넣어 둔 금액 전체보다 많잖아.
결국 바로 근처에 있는 현금출납기에 수수료 1,200원을 바치고 돈을 더 찾아 지불했다. 그리고 비싼 돈 들인 발톱이 망가질까 두려워 운동을 포기하고 바로 집에 가서 발가락 고이 보존하며 잠들었다. 내 귀에는 같이 있던 손님이 그 정도면 싸게 한 거라고 한 말이 쟁쟁했다. 손발을 세트로 제대로 하면 돈 십만 원은 그냥 깨지는 거였구나.
난 백면서생이다. 곧 죽어도 딱 여기서 벗어나지를 못하더라. 이론은 좀 아는데 실전은 꽝이고, 서생인지라 사람 사는 여러 방면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대단히 적다. 친구인 이루릴은 가끔 내 부족한 지식에 대해 어이가 없을 지경이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어떤 분야는 알 만큼 아는 것 같은 사람이 어떤 분야는 ‘기본 상식’조차 없다는 점이 놀랍다고.
특히 약한 분야가 이런 쪽인데, 전에 운동하는 곳에서 거기 회원들이 속눈썹 연장술과 눈썹, 아이라인, 입술 문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길 가다가 보는 광고 전단에서 그런 게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설마 실제로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 생각해 왔다. 그날은 내게 새로운 경험의 날이었다. 거기 앉아서 수다를 떠는 회원들에게 이 분야는 상당히 익숙한 것이었고, 간단한 성형 수술 어쩌구 하는 패션잡지의 기사는 농담이 아니었다. 잘하는 숍에 대한 정보 교환이 시작되면서 멀찍하게 앉아 있던 난 바보처럼 떡 벌리고 있던 입을 닫고 한쪽 구석으로 이동했다.
이 두 가지 경험이 내게 안긴 충격과 그로 인해 생각하게 된 여러 가지에 대해서는 기회가 된다면 훗날 이야기하겠지만, 그것보다 제일 먼저 떠오른 감각은 ‘역시 난 바보구나.’ 하는 자괴감이었다. 보편적인 흐름이나 감각에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은 진작 인정하고 포기하는 부분이었지만, 근간에 그것을 그토록 실감나게 느끼도록 해 준 사건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조금 슬펐다.
뭘 먹고 이렇게 잘 자라는지 모르는 내 발톱이 씩씩하게 잘 자라서 더는 버틸 수 없게 됐다. 엊그제 리무버로 색칠한 걸 싹 지우고 발톱을 깎고 나니 훨씬 보기 좋았다(역시나 발톱은 짝짝이로 잘랐다. 흑.). 그래도 맨 발톱으로 여름을 나는 건 확실히 좀 아니라서, 이틀 발톱을 쉬게 하고 오늘 쏟아지는 비를 보며 발톱에 연한 색의 네일컬러를 발랐다. 발 사이에 쿠션을 넣고 발가락을 꼼지락꼼지락하다 보니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새로운 세계였다. 늘 그렇듯 새로운 세계는 새로워서 좋다. 이번에 알게 된 이 세계는 아마도 당분간 그대로 다시 닫히겠지만, 뭐 알 수 없지. 언젠가 내가 확 달라져서 그 바닥을 쫙 꿰게 될 줄 누가 알겠어? 호호.
2008/07/19 22:17
Tag : 새로운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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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손톱이 예뻐서 관리하면 예쁠꺼라고 생각했는데 하셨구려.
여기는 손발톱에 목숨건 사람들이 너무 많이요. 특히 흑인이나 남미쪽 사람들은 무-_-섭-_-게! 하고 다녀요. 안하는 사람들을 이상하게 쳐다보지만. 여튼 한국처럼 아기자기한게 아니고 그냥 엄청나요. 의정부 시내에 미용실 숫자만큼 네일케어를 발견할 수 있다우.
내 생각인데 가끔 그런데 가서 돈**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책도 읽지 말고(<-진짜 중요!) 다른 사람들 얘기를 그냥 들어봐요. 물론 책도 좋지만 가끔 살냄새가 진한 유치한 이야기들이 엉뚱한 지혜를 퍼부어주니까요. (목욕탕이 좋긴한데 거기 안가잖아요.)
참 그럴리 없겠지만 진짜 진짜 만약에 반영구화장에 관심 있으면 아이라인은 남에 일이라고 생각하세요. 눈썹도 손대지 말고. 입술은 권할만 한데 엄청 아플꺼에요. 하고나면 효과는 만족일텐데. 내가 아는 지요라는 사람은 그거 못참고 뛰쳐 나갈꺼유.
실은 지난 겨울에 두 번 받은 적 있어(포스팅에서 '새로운 세계'라고 한 건 발 때문. 손은 워낙 흔한 일이잖아, 요즘엔.). 두 번 받으니 돈 아깝고 귀찮아서 도대체 못해 먹겠더라. 그래서 저번에 받을 때 색칠하지 말고 다듬기만 해 달라고 한 거지. 어쩌다 덤으로 들어온 버퍼도 있긴 해. 하.하.하.
하지만!!!
사람 알 수 없는 거라구. 누가 아냐, 내가 정말 그 고통을 다 참고 눈썹에 아이라인에 입술까지 좍 문신하고 나타날지? 사람 변하는 거 순간이다?
저번에 두 번 손톱 정리하러 갔을 때 되게 괴로웠던 게 할 일 없이 멍하니 있어야 한다는 거였어. 발은 그래도 손이 있으니 책을 읽을 수나 있지만(음악 듣는 건 좀 결례 같아서;) 손은 미치겠더라. 색칠 안 한 이유에는 그것도 들어가. 바르고 마를 때까지 기다리다 죽을 거야. 아니 그 살냄새 이야기도 좋지만 괴로운 건 괴로운 거라구. 나 붙임성 좋잖아. ^^
요즘 기술이 좋아져서 문신 괜찮대. 그리고 3~4년 후에는 다시 하는 거라 자연스럽다던걸. 티도 안 나더라. 요가 선생님도 눈썹이랑 아이라인 했다는데 난 못 알아봤음(너 비웃고 있지?). 나한테도 권하더라고 화장 안 해도 되고 편하다고(화장을 안 한다니까 더 권했다는;). 괜찮은 데 알아봐서 어머니 해 드릴까 싶어. 몇 번 얘기하시던데 전엔 반대했거든. 근데 아이라인은 아파서 하지 말라는 거야? 나 아픈 거 잘 참아~.
그치만 역시 난 아직 이런 시험에 들 자신이 없다. 이러다 어느날 수술대 위에 누워서 다 뜯어고치는 내가 상상되거든;;; 자아가 부실하다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