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후텁지근한 날씨. 활동이 많지 않은 난 아직 더위를 심하게 타지 않지만, 운동을 가면서 오늘 처음 덥구나 생각했다. 어제 강좌를 갈 때만 해도 그저 날이 좀 뜨뜻하구나 하는 정도였는데, 오늘은 제법 낮엔 더웠겠구나 실감했다. 그나마 운동을 하지 않으면 집 밖으로 나오지도 않는다. 움직임이 없으면 더운 것도 모르는 법이다. 집에 가만히 있으니 부모님이 밖에 나갔다 오시면서 입에 달고 계시는 덥다는 말이 실감나지 않는다.

장마는 늘 이랬다. 장마라고 제대로 장마였던 적은 근간에 그다지 없던 듯하다. 요즘은 장마에는 날이 후텁지근하면서 마르고 장마 끝났다고 할 때 비가 진득하게 오지 않았던가? 그래서 늘 기상청 원망하고. 이런 날에는 시원한 음악이지 싶어서 전면적으로 음악을 바꾸었다. 간만의 엠플로와 모카는 절로 몸을 들썩이게 하는구나.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버릇처럼 하늘을 올려보다 탄성을 내뱉는다. 조금만 하늘이 맑고 주변이 어두웠다면 은하수까지 보이겠다. 남쪽으로 전갈자리와 사수자리가 보인다. 저 두 별자리를 저렇게 제대로 본 게 얼마만이던가. 전갈자리의 일등성 안타레스는 여전히 은근하고도 카리스마 넘치는 붉은빛으로 주변을 제압한다. 가만히 전갈자리의 윤곽과 안타레스를 보면 그 넘치지 않는 섹시함이 가슴을 뛰게 한다.

간만의 전갈자리가 저렇게 시원하니 다른 별자리는 어떨까 싶어 고개를 꺾었다. 북두칠성이 그 큰 모습을 자랑하며 선명하게 반짝이고, 북극성을 사이에 두고 카시오페이아와 마주한다. 걷다가 자꾸 걸음을 멈추며 우와우와 이러면서 눈을 이리저리 굴린다. 여름철의 삼각형을 이루는 백조자리, 거문고자리, 독수리자리뿐 아니라 자기가 달인 줄 알고 번쩍번쩍 빛을 내는 목성도 있다. 오랜만의 왕관자리, 목동자리도 안녕?

이사 오기 전에는 앞뒤로 빛과 건물이 있어서 전갈과 사수의 윤곽이나 북극성을 사이에 두고 양쪽을 가르는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를 보기가 어려웠다. 지금은 집에 오는 길의 휑한 자리들이 별을 위해 놓여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사십 분 남짓한 거리를 내내 고개를 뒤로 넘기고 두리번거리며 걸었다.

별을 보면, 어떤 말도 소용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그것만으로 좋은 존재. 좋다는 말조차 부질없다. 나도 안다, 내가 이렇게 별 이야기를 하는 게 우습다는 걸. 난 별 관측에 많은 마음을 쏟지도 못하고, 이제는 일등성의 목록이나 사계절 동안 볼 수 있는 별자리도 거의 잊었다. 제대로 별을 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못 되고, 별에 관심 없는 사람에게는 의미 없는 혼잣말이다.

하지만 난 바란다. 이 쓸데없는 글이 가끔 이 글을 읽는 이들이 고개를 꺾어 하늘을 올려보게 하는 하나의 동기가 돼 주길, 하늘을 본 이가 그래서 즐겁길. 내가 별을 볼 때마다 점점 사라지는 별과 관련된 지식에도 불구하고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에.

내달 12일에는 역시 페르세우스 별똥별비가 출현한다. ZHR(시간당 최고로 많이 보이는 별똥별의 수라고 생각하시면 됨) 100이다. 아쉽게도 달이 밝다. 그래도 ZHR 100이고, 극대기도 오후 8시 30분에서 11시까지니 마음만 두면 별똥별을 구경할 수 있다. 해마다 찾아오는 쇼이고, 별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별똥별 잔치는 왠지 마음을 설레게 한다. 나도 행복한 마음으로 그때를 기다릴 작정이다. 기다림은 얼마나 마음을 들뜨게 하고, 얼마나 마음을 행복하게 하는가. 그것으로 족하다.
2008/07/10 02:13 2008/07/10 02:13

2008/07/10 02:13



트랙백 주소: http://textgarden.net/blog/trackback/68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이삭 2008/07/10 04:4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8월 12일, 달력에 표시해놨어요!
    여긴 확실히 시내인지라 어지간하지 않으면 별이 별로 선명하지가 않아요.
    저는 별 하면 아직도 못 잊는 것이, 대학 농활 갔을 때.
    시골의 밤하늘에서 별들이 쏟아질 듯이 마구 빛나는데 아찔하고 두려울 정도였음.^^;

    • JIYO 2008/07/11 02:14  address  modify │ delete

      감기는 좀 괜찮으세요?
      이렇게 별똥별 이야기를 해 놓았으니 그날 좀 제대로 쏟아져 줘야 할 텐데 말입죠. 한결이도 보면 좋겠고요.
      좌우간 몸조리 잘하시구요. 이 더운 여름날에 너무 고생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