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새벽에 처절하게 원고를 마치고, 월요일에 발송한 다음 화요일에는 꼭 이 덥수룩한 머리카락을 자르고야 말겠다고 결심했다. 이 무서운 원고에 쫓기느라 머리카락 자르러 갈 시간조차 낼 수 없었다. 이제 단골로 정한 미장원이 의정부가 아니라서 오가는 시간을 생각하면 쉽게 움직여지지 않는다.
화요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밥을 먹고 짐을 챙겨 나왔다. 요즘은 대낮에 나올 일이 없어서 땡볕 아래를 걸을 일이 없는데, 와 볕 정말 쨍쨍하더라. 아직 장마 전이니 이 정도지, 장마 지나면 낮의 외출은 엄두도 못 낼 것 같다. 물 챙겨 나오는 걸 잊어서 생수를 하나 사고 미장원으로 가기 위해 전철을 탔다.
머리카락을 다시 바짝 자르고 나니 살 것 같더라. 오랜만에 ‘가미’에 가서 돌솥비빔밥을 시켜 먹고(그러나 실패. 여긴 가끔 편차가 있다.), 올리브영에 가서 드디어 치수 크게 산 구두에 넣을 발 쿠션과 몇 가지 의정부에서 구하기 힘든 생필품을 샀다. 쇼핑백까지 들었더니 벌써 어깨가 뻐근하다. 아무래도 좀 걸을 것 같아서 백팩에 단화를 신었건만.
느긋하게 커피라도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으나 우키요에浮世絵 전시회에 가고 싶어서 그냥 버스에 올랐다.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에서 주최하는 우키요에전은 이번이 세 번째이고, 난 두 번째 간다. 2006년의 우키요에전이 썩 좋아서 또 기회가 되면 보고 싶다 바라 왔는데, 우연히 올해 또 한다는 걸 알아서 날을 묶어 잡았다. 이번 전시회의 제목은 〈호쿠사이와 히로시게, 우키요에 속 풍경화〉이다. 호쿠사이葛飾北斎의 《후가쿠 36경富嶽三十六景》 전 작품과 히로시게歌川広重의 《도카이도 53역東海道五十三次》의 일부를 전시한다. 지난 전시회에서 봤던 작품도 제법 있었다.
이 전시는 7월 4일까지지만, 좀 더 확장된 규모의 전시회를 청계천문화관에서 8월 말일까지 한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가고 싶긴 해도 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지하 2층의 라바짜 카페 앞을 서성이다가 시간이 애매해서 그냥 호암 쪽으로 터덜터덜 걸었다. 다리도 쑤시고 어깨는 죽겠고. 그래도 날씨는 화창하고 간만에 서울에 나가 사람들도 보고 길을 걸으니 즐겁더라.
호암 근처의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와 베이글을 시키고 맞은편 의자에 발을 얹은 다음 《악마의 공놀이 노래》를 펼쳤다. 어디 긴다이치 이 녀석, 여기서는 어떻게 노나 보자. 며칠째 듣고 있는 임동혁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에서 잠시 떨어져 다시 지헨의 음악을 돌리고, 베이글을 뜯어 먹으며 책을 읽었다.
조금 충전된 몸을 추슬러 강좌 시간에 맞춰 호암으로 움직였다. 지금 듣고 있는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의 일주일에 한 번짜리 무료 강좌는 8월 5일까지. 개근이 목표다. 이제 4주째이긴 하지만 저 무서운 원고를 하면서 위기는 있었다. 다음 무료 강좌는 9월에 시작하고 주제는 러시아 문화다. 러시아라면 오래전에 읽은 《나이트 워치》가 소설 중 가장 마지막 작품이고, 음악이라면 기껏해야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밖에 모르며, 톨스토이도 잘 모르고 도스토예프스키는 무서워서 여태 읽지도 않은 무식한 인간인데, 커리큘럼을 보니 (심지어 공짜라서) 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모락모락 솟는다.
이런 교양 강좌는 어차피 깊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슬라이드가 최고이고, 맥락만 한 번 죽 훑는 게 장땡이다. 전혀 모르는 분야라 들으면 전부 신세계고, 돌아서면 까먹고, 집에 오면 머리는 백지요 몸은 물 먹은 솜이지만, 앉아 있을 때 즐거우면 됐다고 생각한다. 2시간 강의가 끝나니 9시. 모처럼 바로 집으로 왔다. 운이 좋아서 전철에서도 오는 중간쯤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돌아와서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국내판 《블리치》 2기를 보면서, 새로 온 메모리를 뜯어 휴대폰에 넣었다. 인터넷 문제는 해결이 안 되지만, 좌우간 휴대폰용 동영상 변환에 대해 밤새 뒤진다. 그러다 아까 물에 담가 둔 미역이 생각나 화들짝. 오늘은 어머니 생신이다. 조심조심 매번 실패하는 미역국을 다시 시도한다. 저번보다는 색깔이 낫지만 여전히 뭔가 부족한 맛. 아침에 다시 끓이면 좀 더 우러나겠지 하고 방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이미 변환이 된 만화영화 한 편을 받아 넣고 감격하며 보다가, 문득 오늘(정확히는 어제) 아침에 온 만화책과 음반을 떠올린다. 만화책도 어서 읽어야 하는데. 지난주에 온 《오오쿠》 3권을 아직도 못 읽고 있다. 흑.
아침에 일어나긴 어려울 것 같고, 아버지는 일찍 나가셔야 한다고 해서 에이, 밤을 새기로 한다. 지금 시각은 5시 45분. 책 좀 읽다가 흰 쌀로 밥을 하고 어머니 생신을 축하드리고 같이 밥을 먹고 와서, 좀 자야겠다. 음, 그래도 나름대로 간만에 꽤나 보람 있고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아침에 미역국만 맛있으면 더 좋겠지.
화요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밥을 먹고 짐을 챙겨 나왔다. 요즘은 대낮에 나올 일이 없어서 땡볕 아래를 걸을 일이 없는데, 와 볕 정말 쨍쨍하더라. 아직 장마 전이니 이 정도지, 장마 지나면 낮의 외출은 엄두도 못 낼 것 같다. 물 챙겨 나오는 걸 잊어서 생수를 하나 사고 미장원으로 가기 위해 전철을 탔다.
머리카락을 다시 바짝 자르고 나니 살 것 같더라. 오랜만에 ‘가미’에 가서 돌솥비빔밥을 시켜 먹고(그러나 실패. 여긴 가끔 편차가 있다.), 올리브영에 가서 드디어 치수 크게 산 구두에 넣을 발 쿠션과 몇 가지 의정부에서 구하기 힘든 생필품을 샀다. 쇼핑백까지 들었더니 벌써 어깨가 뻐근하다. 아무래도 좀 걸을 것 같아서 백팩에 단화를 신었건만.
느긋하게 커피라도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으나 우키요에浮世絵 전시회에 가고 싶어서 그냥 버스에 올랐다.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에서 주최하는 우키요에전은 이번이 세 번째이고, 난 두 번째 간다. 2006년의 우키요에전이 썩 좋아서 또 기회가 되면 보고 싶다 바라 왔는데, 우연히 올해 또 한다는 걸 알아서 날을 묶어 잡았다. 이번 전시회의 제목은 〈호쿠사이와 히로시게, 우키요에 속 풍경화〉이다. 호쿠사이葛飾北斎의 《후가쿠 36경富嶽三十六景》 전 작품과 히로시게歌川広重의 《도카이도 53역東海道五十三次》의 일부를 전시한다. 지난 전시회에서 봤던 작품도 제법 있었다.
이 전시는 7월 4일까지지만, 좀 더 확장된 규모의 전시회를 청계천문화관에서 8월 말일까지 한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가고 싶긴 해도 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지하 2층의 라바짜 카페 앞을 서성이다가 시간이 애매해서 그냥 호암 쪽으로 터덜터덜 걸었다. 다리도 쑤시고 어깨는 죽겠고. 그래도 날씨는 화창하고 간만에 서울에 나가 사람들도 보고 길을 걸으니 즐겁더라.
호암 근처의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와 베이글을 시키고 맞은편 의자에 발을 얹은 다음 《악마의 공놀이 노래》를 펼쳤다. 어디 긴다이치 이 녀석, 여기서는 어떻게 노나 보자. 며칠째 듣고 있는 임동혁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에서 잠시 떨어져 다시 지헨의 음악을 돌리고, 베이글을 뜯어 먹으며 책을 읽었다.
조금 충전된 몸을 추슬러 강좌 시간에 맞춰 호암으로 움직였다. 지금 듣고 있는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의 일주일에 한 번짜리 무료 강좌는 8월 5일까지. 개근이 목표다. 이제 4주째이긴 하지만 저 무서운 원고를 하면서 위기는 있었다. 다음 무료 강좌는 9월에 시작하고 주제는 러시아 문화다. 러시아라면 오래전에 읽은 《나이트 워치》가 소설 중 가장 마지막 작품이고, 음악이라면 기껏해야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밖에 모르며, 톨스토이도 잘 모르고 도스토예프스키는 무서워서 여태 읽지도 않은 무식한 인간인데, 커리큘럼을 보니 (심지어 공짜라서) 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모락모락 솟는다.
이런 교양 강좌는 어차피 깊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슬라이드가 최고이고, 맥락만 한 번 죽 훑는 게 장땡이다. 전혀 모르는 분야라 들으면 전부 신세계고, 돌아서면 까먹고, 집에 오면 머리는 백지요 몸은 물 먹은 솜이지만, 앉아 있을 때 즐거우면 됐다고 생각한다. 2시간 강의가 끝나니 9시. 모처럼 바로 집으로 왔다. 운이 좋아서 전철에서도 오는 중간쯤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돌아와서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국내판 《블리치》 2기를 보면서, 새로 온 메모리를 뜯어 휴대폰에 넣었다. 인터넷 문제는 해결이 안 되지만, 좌우간 휴대폰용 동영상 변환에 대해 밤새 뒤진다. 그러다 아까 물에 담가 둔 미역이 생각나 화들짝. 오늘은 어머니 생신이다. 조심조심 매번 실패하는 미역국을 다시 시도한다. 저번보다는 색깔이 낫지만 여전히 뭔가 부족한 맛. 아침에 다시 끓이면 좀 더 우러나겠지 하고 방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이미 변환이 된 만화영화 한 편을 받아 넣고 감격하며 보다가, 문득 오늘(정확히는 어제) 아침에 온 만화책과 음반을 떠올린다. 만화책도 어서 읽어야 하는데. 지난주에 온 《오오쿠》 3권을 아직도 못 읽고 있다. 흑.
아침에 일어나긴 어려울 것 같고, 아버지는 일찍 나가셔야 한다고 해서 에이, 밤을 새기로 한다. 지금 시각은 5시 45분. 책 좀 읽다가 흰 쌀로 밥을 하고 어머니 생신을 축하드리고 같이 밥을 먹고 와서, 좀 자야겠다. 음, 그래도 나름대로 간만에 꽤나 보람 있고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아침에 미역국만 맛있으면 더 좋겠지.
2008/06/25 05:56
Tag :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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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을 어디로 바꾸었는데요? 이대? 난 시험 끝날때까지 머리 안잘를꺼에요. 꽤 길어요. 매일 틀어올리고 다녀서 얼마나 길었는지 사람들은 잘 몰라요. 시험 붙으면 파마 하려구요. 여기는 요즘 화씨로 90도가 가뿐하게 넘어요. 습기 없는 대신 따가워요. 그래서 운전할때는 꼭 긴팔 입어요. 그래도 팔에 햇볕 알러지가 나요. 오랫만에 대사를 치뤄서 몸살나겠구려.
연말에 드디어 숏커트했다고 좋아할 때 바꾼 거야. 의정부 거기에서는 죽어도 숏커트 안 해 주잖아. 그때 이후로 줄곧 거기 다녀. 이대 맞구.
(아우, 머리 자른 거 사진 보내주려고 하는데 도대체 내가 사진을 찍냐고요;;; 여튼 노력은 하고 있어. 조만간 보낼게. ㅠ.ㅠ)
거기 파마 비싸지 않아? 미용실 가격 장난 아니라던데. 여튼 예쁘게 파마해서 사진 찍어 보내셈.
그리고 훗, 화씨 90도? 무섭지 않아. 준식이네는 밤에도 섭씨 40도가 넘는다는 말 듣고 이미 충분히 까무러쳤거든? 그래도 습하지는 않으니 다행이지. 자외선차단제로 온몸을 떡칠하고 다니고 긴팔은 까만색인 거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