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벚꽃이 눈처럼 흩날릴 때 소녀가 말한다.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가 초속 5센티미터라고. 바람에 실려 하늘하늘 공중을 날아다니는 그 속도는 초속 5센티미터. 사랑했던 사람들이 서로를 잊는 속도는 어떨까 생각했다. 내가 그와 헤어진 시점에서 지금까지, 난 그를 얼마나 잊었고 잊어 가고 있을까 셈해 본다. 산수 바보라 영 답이 나오지 않지만.
내가 본 신카이 마코토의 세 번째 작품이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작품이긴 하지만 정말 지독하다 싶을 정도로 집요한 집착을 보면서 처음에는 이 인간이 첫사랑에 거는 무엇이 있나 의심했다. 대체로 첫사랑을 시작할 즈음에 만난 두 사람이고 그 상태로 어른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니까. 그러나 이 《초속 5센티미터》를 보면서는 신카이 마코토가 추구하는 무엇은 사람에 대한 애정(만)이 아니라 어쩌면 그냥 이상(혹은 이상적인 관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가 아니라 상대가 의미하는 어떤 것(나름대로 확신 중.).
그렇게 보면 상당히 가혹한 이야기가 되기는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의 최근작인 이 작품의 끝에서 주인공은 웃는다. 전작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와 달리 결국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지만, 그래서 애니메이션에 이입돼 두 사람의 재결합을 바라는 내 바람을 무시하고 엇갈리지만, 그럼에도 그의 인생을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오히려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준다(꼭 현실적인 계산만 하고 살라는 말은 아니지만, 그렇게 계속 뜬구름만 잡고 살 거냐고요. 딴 구름을 잡든지. 아니 그것보다 바라는 게 뭔지 일단 정확히 알아야 하지 않겠어?).
보면서 중간중간에 아 얘 또 같은 타령하나 보나 하기는 했다. 그림도 좋고, 하늘도 예술이고, 점점 기술이 발전하는 건 좋은데 서사 만지는 법은 좀 더 공부해야 하지 않겠니 이러면서 보다가, 그 하나를 위해 달려온 듯한 3편(을 빙자한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의 음악 동영상)에서는 설핏 눈물이 났다. 뭐라고 종알대고 투덜거려도, 신카이 마코토에게는 그만의 장점이 있다. 그것도 아주 멋지구리한.
1편에서 다카키가 아카리에게 가기 위해 전철과 기차를 갈아타며 보여주는 모습과 독백, 2편에서 다카키와 우주선이 오르는 모습을 보다가 문득 진실을 깨달아 버린 가나에의 독백이나 보내지도 않을 문자 메시지를 찍는 다카키의 독백, 3편에서 마지막에 보이는 다카키의 미소. 이런 것들은 정말 한숨이 나올 정도로 근사하다. 다카키가 폭설로 연착하는 전철 속에서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며 대체 둘이 만날 수 있는지 너무너무 마음을 졸였는데, 아 이런 경험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울 것 같은 마음을 부여잡고 발을 동동 구르며 차 안에서 어쩔 줄 몰라했던 기억 같은 것을.
신카이 마코토는 스쳐 지나간 마음 한 자락을 잡아 아름다운 영상과 진지한 언어로 다시 펼쳐 놓을 줄 안다. 그런 마음을 모아 그들이 서로 잊어 가는 모습을 담은 3편을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와 들으면, 이건 정말 작살이다. 그걸 보고 있노라면 언제나 이야기 속의 모든 연인들을 위해 빌듯 해피엔딩을 빌게 된다. 그리고 뜬구름을 잡든 아니든 남루한 현실을 버티게 해 주는 예전의 꿈 하나를 다시 더듬어 보게 되는 것이다.
그나저나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는 정말 이 애니를 위한 노래인 듯, 애니 볼 때 들을 때는 숨이 다 막히더니(가사까지 예술이라;;;) 애니 끝나고 한참 뒤에 찾아서 무심하게 들었더니 또 그렇게 평범한 곡이 없더라. 내가 이래서 오리지널사운드트랙을 외면하지. -_-; OST 중에 내가 가장 오래 들었던 건 아마 《블레이드 러너》와 《그랑블루》였지 싶다.
- 신카이 마코토, 다음 작품에서도 ‘오로지 우리 둘’ 이야기로 가려나.
- 결국 류전웨이, 저우싱츠의 《서유기》와 묶어서 어떻게 해 보려던 수작;은 실패하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지껄이는 쪽으로 마감(역시 난 안 돼. ㅠ.ㅠ).
내가 본 신카이 마코토의 세 번째 작품이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작품이긴 하지만 정말 지독하다 싶을 정도로 집요한 집착을 보면서 처음에는 이 인간이 첫사랑에 거는 무엇이 있나 의심했다. 대체로 첫사랑을 시작할 즈음에 만난 두 사람이고 그 상태로 어른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니까. 그러나 이 《초속 5센티미터》를 보면서는 신카이 마코토가 추구하는 무엇은 사람에 대한 애정(만)이 아니라 어쩌면 그냥 이상(혹은 이상적인 관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가 아니라 상대가 의미하는 어떤 것(나름대로 확신 중.).
그렇게 보면 상당히 가혹한 이야기가 되기는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의 최근작인 이 작품의 끝에서 주인공은 웃는다. 전작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와 달리 결국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지만, 그래서 애니메이션에 이입돼 두 사람의 재결합을 바라는 내 바람을 무시하고 엇갈리지만, 그럼에도 그의 인생을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오히려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준다(꼭 현실적인 계산만 하고 살라는 말은 아니지만, 그렇게 계속 뜬구름만 잡고 살 거냐고요. 딴 구름을 잡든지. 아니 그것보다 바라는 게 뭔지 일단 정확히 알아야 하지 않겠어?).
보면서 중간중간에 아 얘 또 같은 타령하나 보나 하기는 했다. 그림도 좋고, 하늘도 예술이고, 점점 기술이 발전하는 건 좋은데 서사 만지는 법은 좀 더 공부해야 하지 않겠니 이러면서 보다가, 그 하나를 위해 달려온 듯한 3편(을 빙자한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의 음악 동영상)에서는 설핏 눈물이 났다. 뭐라고 종알대고 투덜거려도, 신카이 마코토에게는 그만의 장점이 있다. 그것도 아주 멋지구리한.
1편에서 다카키가 아카리에게 가기 위해 전철과 기차를 갈아타며 보여주는 모습과 독백, 2편에서 다카키와 우주선이 오르는 모습을 보다가 문득 진실을 깨달아 버린 가나에의 독백이나 보내지도 않을 문자 메시지를 찍는 다카키의 독백, 3편에서 마지막에 보이는 다카키의 미소. 이런 것들은 정말 한숨이 나올 정도로 근사하다. 다카키가 폭설로 연착하는 전철 속에서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며 대체 둘이 만날 수 있는지 너무너무 마음을 졸였는데, 아 이런 경험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울 것 같은 마음을 부여잡고 발을 동동 구르며 차 안에서 어쩔 줄 몰라했던 기억 같은 것을.
신카이 마코토는 스쳐 지나간 마음 한 자락을 잡아 아름다운 영상과 진지한 언어로 다시 펼쳐 놓을 줄 안다. 그런 마음을 모아 그들이 서로 잊어 가는 모습을 담은 3편을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와 들으면, 이건 정말 작살이다. 그걸 보고 있노라면 언제나 이야기 속의 모든 연인들을 위해 빌듯 해피엔딩을 빌게 된다. 그리고 뜬구름을 잡든 아니든 남루한 현실을 버티게 해 주는 예전의 꿈 하나를 다시 더듬어 보게 되는 것이다.
그나저나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는 정말 이 애니를 위한 노래인 듯, 애니 볼 때 들을 때는 숨이 다 막히더니(가사까지 예술이라;;;) 애니 끝나고 한참 뒤에 찾아서 무심하게 들었더니 또 그렇게 평범한 곡이 없더라. 내가 이래서 오리지널사운드트랙을 외면하지. -_-; OST 중에 내가 가장 오래 들었던 건 아마 《블레이드 러너》와 《그랑블루》였지 싶다.
- 신카이 마코토, 다음 작품에서도 ‘오로지 우리 둘’ 이야기로 가려나.
- 결국 류전웨이, 저우싱츠의 《서유기》와 묶어서 어떻게 해 보려던 수작;은 실패하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지껄이는 쪽으로 마감(역시 난 안 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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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 초속 5센티미터... 秒速5センチメートル Tracked from 바람나무, 생각가는대로 2008/10/03 18:55 de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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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 대사 어디서 나오는 건가요? 가물가물;;;
뭐 아까 통화했으니 긴 얘기는 생략. 다시 보셔.
신카이 마코토는 까보면 별것도 아닌 소년의 판타지를 애니로 몇 번씩 우려먹을 수 있는 능력자라 참.....본인에게 다행스런 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저도 감상이나 써볼까용...
같은 내용 우려먹기로 세 번째인 이 작품은 그래도 좀 나아졌으니 다음은 어떨지 지켜보죠.
소루 님 감상은 언제나 대단히 좋아합니다. 기다릴게요.
내용이 참 좋으세요.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좋게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근데 "원래 그럴 때"랑 링크하신 글이랑 엮으면, 님 지금 실연 중? 정말? 그럼 마음 아픈데. 아니죠?
전 각 편에서 한두 번씩은 찡했어요. 단점도 있지만, 제각각 미덕이 있는 이야기들이어서. 감정이 이입되는 부분들이 있다 보니, 짠했죠.
거 봐요, 그 곡은 본편이랑 봐야 작살이라니깐. 다시 보고 싶지 않은데 다시 보고 싶달까. 아우. 하여튼 그 '뮤비' 보면서 눈물이 뚝뚝(위에는 설핏이라 했지만 엉엉 울지는 않았어도 눈물이 뚝뚝 떨어지긴 했답니다;).
근데 내 댓글이라고 하면 이 위의 댓글, 아니면 님이 링크 건 님의 글 아래 내 촌철살인 댓글? ^^
옛사랑 얘기죠, 이거? 음, 좀 마음 아프다. 그렇지만 그런 기억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리고 그런 기억 하나 없는 사람은 재미없어요.
책임은 무슨, 내 코가 석 자요. -_-+
그리고 의외로 M 기질이 있으시군요. 또 보시다니. 오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