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어둡다. 운동을 갈 때 쓰는 지름길은 조명도 없고 경사가 심해서 집으로 가는 길은 조금 돌아서 간다. 비가 올 듯 멀건 구름이 잔뜩 낀 하늘 아래를 터벅터벅 걷다가 문득 길옆 높은 비탈 위에 혼자 활짝 핀 아카시아나무를 보았다. 어둠 속에서 엷게 빛을 내는 꽃잎의 흰색에는 요사한 은은함이 있다. 밝은 회색 구름을 배경으로, 짙은 초록색과 창백한 흰색을 뿜어내는 나무의 모습은 어떻게 묘사할 수 없게 아름다웠다. 걸음을 멈추고 잠시 넋을 잃은 채, 아카시아나무를 바라보았다.
새벽에 빗소리에 잠이 깼다. 번개가 치면 저절로 가만히 수를 세게 된다. 몇 번 번쩍 번개가 일고 천둥이 울더니 잠잠해졌다. 조금 망설이다가 일어나 창가로 다가가니 갑자기 비가 쏴아 쏟아진다. 새벽의 비는 창밖 가로등과 숲과 잔디 위로 용서 없이 떨어졌다. 방의 불과 노트북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켜고 의자에 기대 창밖을 보니, 좋다. 빗소리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모음곡도, 빗줄기가 떨어지는 모습도, 혼자 깨어 창밖을 내다보는 느낌도.
반년 이상 지속되던 자기혐오가 점점 강해지는 요즘에 이런 아름다운 감각들을 맞으며 생각한다. 이 모든 것들은 내 안 어디에 있을까? 내 오감에 박혀 죽어도 잊히지 않을 것 같던 수많은 감동들은 내 안 어디에 있을까? 아니 남아 있기는 할까? 뭐 그래 아름다운 것들만 보고 살지도 않았고, 아름다운 것들만 보고 산다고 나도 아름다워지는 건 아니다.
사람을 좋아하지만, 사람 속에 있는 나와 사람 속에 있는 나를 생각하는 내가 싫다. 마음속에 어둠이 있다. 부정하지는 않지만 받아들이고 싶지도 않아서 몰래 의연한 척하고 있는 소심하고도 한심한 불행이자 어둠이다. 입을 열면 내 속의 어둠이 새나가는 기분이 든다. 자물쇠로 일곱 겹 잠가도 아무 소용없다는 걸 알면서도 왕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이발사처럼 불안하다. 아 불혹을 눈앞에 두고도 난 여전히 이렇게 가볍고 한심하다(입지立志도 못했으니 당연할지도.).
아름다움이 덧없듯, 그래서 문득 그런 아름다운 광경 앞에서 속절없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듯, 나의 이런 하찮음과 부박한 인생 따위도 그냥 흘러간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나는 늘 좀 더 강한 심장과 몸을 갈망한다. 그러려면 좀 더 안으로. 설령 그게 허약한 속살을 감추는 조개껍질밖에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도피밖에 안 되더라도 잠시 동안은 그렇게. 사람을 끊자고 결심한다. 그리고 《논어》와 플리퍼스기타 첨가.
새벽에 빗소리에 잠이 깼다. 번개가 치면 저절로 가만히 수를 세게 된다. 몇 번 번쩍 번개가 일고 천둥이 울더니 잠잠해졌다. 조금 망설이다가 일어나 창가로 다가가니 갑자기 비가 쏴아 쏟아진다. 새벽의 비는 창밖 가로등과 숲과 잔디 위로 용서 없이 떨어졌다. 방의 불과 노트북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켜고 의자에 기대 창밖을 보니, 좋다. 빗소리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모음곡도, 빗줄기가 떨어지는 모습도, 혼자 깨어 창밖을 내다보는 느낌도.
반년 이상 지속되던 자기혐오가 점점 강해지는 요즘에 이런 아름다운 감각들을 맞으며 생각한다. 이 모든 것들은 내 안 어디에 있을까? 내 오감에 박혀 죽어도 잊히지 않을 것 같던 수많은 감동들은 내 안 어디에 있을까? 아니 남아 있기는 할까? 뭐 그래 아름다운 것들만 보고 살지도 않았고, 아름다운 것들만 보고 산다고 나도 아름다워지는 건 아니다.
사람을 좋아하지만, 사람 속에 있는 나와 사람 속에 있는 나를 생각하는 내가 싫다. 마음속에 어둠이 있다. 부정하지는 않지만 받아들이고 싶지도 않아서 몰래 의연한 척하고 있는 소심하고도 한심한 불행이자 어둠이다. 입을 열면 내 속의 어둠이 새나가는 기분이 든다. 자물쇠로 일곱 겹 잠가도 아무 소용없다는 걸 알면서도 왕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이발사처럼 불안하다. 아 불혹을 눈앞에 두고도 난 여전히 이렇게 가볍고 한심하다(입지立志도 못했으니 당연할지도.).
아름다움이 덧없듯, 그래서 문득 그런 아름다운 광경 앞에서 속절없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듯, 나의 이런 하찮음과 부박한 인생 따위도 그냥 흘러간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나는 늘 좀 더 강한 심장과 몸을 갈망한다. 그러려면 좀 더 안으로. 설령 그게 허약한 속살을 감추는 조개껍질밖에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도피밖에 안 되더라도 잠시 동안은 그렇게. 사람을 끊자고 결심한다. 그리고 《논어》와 플리퍼스기타 첨가.
2008/05/2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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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이란 두글자만 눈에 박히는군. 누님 언제 그리 나이를 자셨수.
나흘 늦은 동갑이라는 거, 내가 꼭 밝혀야겠소, 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