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산공원을 좋아한다. 쯔진성과 징산공원을 관통하는 큰길을 제대로 내려다볼 수 있다는 이유 단 하나지만, 그걸로 충분하다. 징산공원의 맨 꼭대기로 올라가서 남쪽을 보면 정연한 쯔진성이 보이고 북쪽을 보면 계획도시 베이징의 면모가 보인다. 죽 이어진 길과 각 문들의 배치를 한눈에 볼 수 있으니까. 1994년의 베이징과 2007년의 베이징은 몹시 다르지만, 그 자리에 서서 느끼는 느낌은 비슷해서, 왠지 그립다.
징산공원의 어느 나무에서 명나라 숭정제崇禎帝가 목숨을 끊었다. 나무에 표시가 되어 있다는데 징산에서 숭정제가 죽었다는 이야기 외에는 관심이 없어서 찾아본 적은 없다. 궁에서 자라지도 않은 외지의 왕에서 황제가 되어 느꼈을 외로움과 적이 쳐들어왔는데 자기와 곁의 환관 외에는 모두 사라졌음을 깨달았을 때 가졌을 외로움은 어떤 걸지 상상이 되지도,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뭐 그래도 목숨을 끊을 때는 환관이 옆에 있었으니 나았으려나. 그 순간이 유일하게 숭정제가 외롭지 않았던 때일 수도 있겠다.
징산공원 서문에서 택시를 타고 베이하이공원北海公園으로 갔다(걸어서도 갈 거리에 있지만, 쯔진성에서 좀 지치면 이후 일정을 위해서라도 택시가 낫다. 뭐 체력 좋은 사람은 걸으시든지.). 이번에 베이하이에 간 목적은 단 하나. 만한전석滿漢全席!!! 베이하이 안쪽으로 팡산판좡倣膳飯莊이 있는데 여기가 베이징 내에서 만한전석을 취급하는 식당 중 가장 유명하다. 일단 역사가 좀 있으니까.
만한전석은 만주족과 한족의 좋은 궁중 요리를 모아서 진행하는 코스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제대로 즐기는 데는 긴 시간과 큰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반인이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코스도 있다. 다만 기본 2인 이상이라, 혼자 간 나로선 절대 불가능해서 이날을 거의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먹는 날로 설정했다.
같이 가신 분들과 제일 싼 코스로 했다. 1인당 200위안 조금 안 되지만 아마 세금 붙으면 그냥 200위안 정도로 잡는 편이 낫겠다(이날은 가이드라는 명목하에 공짜로 다녔다.). 코스는 A와 B로 다시 나뉘는데, 한쪽이 좀 더 편안한 요리들이고 다른 한쪽이 조금 어려운 요리들이다. 어렵다는 말은 먹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외국인은 저어할 만한 요리, 낙타, 전갈 뭐 이런 게 있었다. 보면 대충 한자로 짐작할 수 있고, 물어보면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정말 짧은 영어로 간단히 주고받을 수 있다.
맛있었다. 흑.
고기가 나와도 단 음식이 나와도 느끼하지 않았고 물리지 않았다. 평소에 중국 요리는 느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단번에 뒤집을 정도로 정갈하고 맛있었다. 가신 분들도 모두 만족하셨다. 서빙도 과하지 않은 선에서 순박하게 친절해서, 일행 분 중 한 분이 끝없이 사진을 찍는 걸 보면서 호기심에 눈을 반짝였고 주둥이 긴 주전자로 찻물을 붓는 것에 다들 감탄하니 물이 떨어지면 종종거리며 달려와서 '쇼'를 보여 주며 살짝 미소 짓기도 했다.
많이 먹은 것 같지 않았는데, 그날 내내 밥 생각이 딱히 나지 않을 정도로 든든했다(물론 밤중에 먹고 놀았지. 호호.). 덕분에 허우하이後海 쪽에 가서는 맥주만으로 해결이 됐다.
팡산판좡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은 뒤 배를 타고 북쪽 섬으로 올라갔다. 먹는 얘기만 해서 그렇지 베이하이공원은 한 번쯤 죽 둘러보기 좋은 곳이다. 역사적으로 오래된 공원이라 옛날 분위기가 나고, 차나 술을 한 잔 할 만한 곳도 많다. 내가 갔을 때는 베이하이의 물 위가 온통 연잎이었다. 중국 옛 시에 배 타고 연잎 사이를 누비는 여인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연잎들을 보자니 가능하겠다 싶었다.
배를 타고 올라가면 북쪽 나루터에서 내려 준다. 애당초 황실의 정원이었던 곳이라 기본적으로 좋지만, 이곳은 대숲도 있고 분위기도 고적한 것이 자연 속의 서재 같다는 느낌을 줘서 더욱 좋다. 올림픽을 맞이하여 역시 공사 중이다. 청나라 건륭제乾隆帝가 자주 왔다고 들은 듯(훗, 놀기 좋아하는 건륭이 물색 좋다면 어딘들. 강건성세康乾盛世 황제들에 대한 내 애정은 강희≒옹정〉〉〉〉〉〉〉〉〉〉〉〉〉〉〉〉건륭이라 어쩔 수 없어.).
문득 내년이나 후년쯤에 소규모 여행단을 모집해서 베이징에 갈까 생각이 들었다. 올림픽 뒤니 숙소비도 나쁘지 않을 테고, 위생도 좀 나아졌을 테니 저렴한 곳에 묵어도 괜찮을 듯하고, 다니는 건 기본적으로 전철로 하고 안 되면 택시. 핵심은 먹는 것과 싸돌아다니기. 넷만 되면 먹는 건 거의 천하무적이다.
하하, 근데 누가 같이 가 줄지 모르겠다. 내 중국어라야 길 물어보고 가격 흥정하는 정도? 역사 유물 앞에서 설명은 고사하고 나도 책을 읽어야 하는걸. 나랑 같이 가서 이점이 하나도 없구나. 에이.
징산공원의 어느 나무에서 명나라 숭정제崇禎帝가 목숨을 끊었다. 나무에 표시가 되어 있다는데 징산에서 숭정제가 죽었다는 이야기 외에는 관심이 없어서 찾아본 적은 없다. 궁에서 자라지도 않은 외지의 왕에서 황제가 되어 느꼈을 외로움과 적이 쳐들어왔는데 자기와 곁의 환관 외에는 모두 사라졌음을 깨달았을 때 가졌을 외로움은 어떤 걸지 상상이 되지도,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뭐 그래도 목숨을 끊을 때는 환관이 옆에 있었으니 나았으려나. 그 순간이 유일하게 숭정제가 외롭지 않았던 때일 수도 있겠다.
징산공원 서문에서 택시를 타고 베이하이공원北海公園으로 갔다(걸어서도 갈 거리에 있지만, 쯔진성에서 좀 지치면 이후 일정을 위해서라도 택시가 낫다. 뭐 체력 좋은 사람은 걸으시든지.). 이번에 베이하이에 간 목적은 단 하나. 만한전석滿漢全席!!! 베이하이 안쪽으로 팡산판좡倣膳飯莊이 있는데 여기가 베이징 내에서 만한전석을 취급하는 식당 중 가장 유명하다. 일단 역사가 좀 있으니까.
만한전석은 만주족과 한족의 좋은 궁중 요리를 모아서 진행하는 코스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제대로 즐기는 데는 긴 시간과 큰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반인이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코스도 있다. 다만 기본 2인 이상이라, 혼자 간 나로선 절대 불가능해서 이날을 거의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먹는 날로 설정했다.
같이 가신 분들과 제일 싼 코스로 했다. 1인당 200위안 조금 안 되지만 아마 세금 붙으면 그냥 200위안 정도로 잡는 편이 낫겠다(이날은 가이드라는 명목하에 공짜로 다녔다.). 코스는 A와 B로 다시 나뉘는데, 한쪽이 좀 더 편안한 요리들이고 다른 한쪽이 조금 어려운 요리들이다. 어렵다는 말은 먹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외국인은 저어할 만한 요리, 낙타, 전갈 뭐 이런 게 있었다. 보면 대충 한자로 짐작할 수 있고, 물어보면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정말 짧은 영어로 간단히 주고받을 수 있다.
맛있었다. 흑.
고기가 나와도 단 음식이 나와도 느끼하지 않았고 물리지 않았다. 평소에 중국 요리는 느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단번에 뒤집을 정도로 정갈하고 맛있었다. 가신 분들도 모두 만족하셨다. 서빙도 과하지 않은 선에서 순박하게 친절해서, 일행 분 중 한 분이 끝없이 사진을 찍는 걸 보면서 호기심에 눈을 반짝였고 주둥이 긴 주전자로 찻물을 붓는 것에 다들 감탄하니 물이 떨어지면 종종거리며 달려와서 '쇼'를 보여 주며 살짝 미소 짓기도 했다.
많이 먹은 것 같지 않았는데, 그날 내내 밥 생각이 딱히 나지 않을 정도로 든든했다(물론 밤중에 먹고 놀았지. 호호.). 덕분에 허우하이後海 쪽에 가서는 맥주만으로 해결이 됐다.
팡산판좡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은 뒤 배를 타고 북쪽 섬으로 올라갔다. 먹는 얘기만 해서 그렇지 베이하이공원은 한 번쯤 죽 둘러보기 좋은 곳이다. 역사적으로 오래된 공원이라 옛날 분위기가 나고, 차나 술을 한 잔 할 만한 곳도 많다. 내가 갔을 때는 베이하이의 물 위가 온통 연잎이었다. 중국 옛 시에 배 타고 연잎 사이를 누비는 여인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연잎들을 보자니 가능하겠다 싶었다.
배를 타고 올라가면 북쪽 나루터에서 내려 준다. 애당초 황실의 정원이었던 곳이라 기본적으로 좋지만, 이곳은 대숲도 있고 분위기도 고적한 것이 자연 속의 서재 같다는 느낌을 줘서 더욱 좋다. 올림픽을 맞이하여 역시 공사 중이다. 청나라 건륭제乾隆帝가 자주 왔다고 들은 듯(훗, 놀기 좋아하는 건륭이 물색 좋다면 어딘들. 강건성세康乾盛世 황제들에 대한 내 애정은 강희≒옹정〉〉〉〉〉〉〉〉〉〉〉〉〉〉〉〉건륭이라 어쩔 수 없어.).
문득 내년이나 후년쯤에 소규모 여행단을 모집해서 베이징에 갈까 생각이 들었다. 올림픽 뒤니 숙소비도 나쁘지 않을 테고, 위생도 좀 나아졌을 테니 저렴한 곳에 묵어도 괜찮을 듯하고, 다니는 건 기본적으로 전철로 하고 안 되면 택시. 핵심은 먹는 것과 싸돌아다니기. 넷만 되면 먹는 건 거의 천하무적이다.
하하, 근데 누가 같이 가 줄지 모르겠다. 내 중국어라야 길 물어보고 가격 흥정하는 정도? 역사 유물 앞에서 설명은 고사하고 나도 책을 읽어야 하는걸. 나랑 같이 가서 이점이 하나도 없구나. 에이.
2008/04/2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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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갈 목적으로 공부하리다. 진짜 큰~~꿈으로. 아자!
너 말이다.
안 오면 죽어. 정말 같이 가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