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하고 잠깐 읽기를 멈추게 하는 부분이 있다. 이유는 다양하다. 그리고 그중에는 감성이 있다.
꽤 전에 아이카와 사토루藍川さとる의 《푸른 하늘》을 뒤늦게 기를 쓰고 구했었다. 이제 만화책도 정리해야 하는 마당이라 옷장을 가득 채운 만화책 중 이 책 여섯 권을 집었다. '오늘의 버리는 책' 무리에 쌓아 두었다가 다시 휘리릭 넘겼다. 결국 6권 〈물고기 f〉는 남았다(버려야겠다고 생각하면 다시는 펼쳐선 안 된다. 다시 책장으로 들어가는 사태가 일어난다;;;).
《푸른 하늘》을 보면 호야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호야는 이 책의 그림을, 감성을 몹시 사랑했다. 친구를 통해 원서를 구할 정도로 좋아해서, 이 책 이야기를 하면 안 그래도 아이 같은 얼굴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 인상이 꽤나 강렬해, 그때 내가 "그럼 이건 어때?"라며 들먹였던 만화책은 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국내의 조악한 인쇄 상태에서 원판의 그림이 얼마나 훌륭한지 알아챈 호야의 안목은 부러웠지만, 일단 그때의 내 눈으로 《푸른 하늘》은 그림이 딱히 내 타입도 아니었고, 등장인물도 지나치게 많은 데다 정신이 없어서 재미있게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날 열광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하지만 분명히 읽기를 멈추게 하고 생각을 하게 만드는 힘은 있었다. 이런 감성을 고등학교에 다닐 때 가지고 표현하고 했다는 사실도 놀라웠고.
두 고등학교에 다니는 여러 학생들의 얽히고설킨 이야기가 각 장을 구성하는 흔한 방식이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여느 학원물과 다소 다르다. 그들은 "그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자신도 눈치 채지 못한 그런 류의 불행", "만일 누군가가 눈치 채더라도 동정하거나 슬퍼해 주거나 하지 않는…… 스스로조차 웃을 수밖에 없는 하찮은 불행" 같은 것을 고민하고 이야기한다.
어떤 감성은 어떤 사람에게 좀 더 특별하게 작용한다. 난 이런 감성에 약하고 잘 반응하지 못한다. 이런 감성은 뭔가 좀 더 내면적이고 진실로 감성 그 자체에 호소한다고 생각하는데, 난 그러지를 못한다. 그래서 언제나 이런 감성을 품은 '어떤 것들'에게는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물러선다. 어쩐지 난 영원히 그 안에 닿을 수 없을 것만 같다. 폴리니의 맑은 연주 속에서 느껴지는 소리의 무엇처럼.
아이카와 사토루의 이 놀라운 감성은 우리나라에서는 여기에서 끝난다. 그리고 일본에서도 창작은 그다지 활발하지 않았다. 아이카와 사토루는 그 뒤로 여러 이름을 가지고 삽화가(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로 우리나라에서 소개된 BL 소설 《삼천 세계의 까마귀를 죽이고》가 있다.)로 활동한다. 지금은 근황을 전혀 모르지만, 바뀐 이름으로 블로그 같은 걸 운영하던 예전에는 어떻게 어떻게 알아서 구경하러 가곤 했다. 여전히 그림은 매력적이었다.
요즘은 자주 꺼내 보지 않아서 결국 버리는 쪽으로 마음을 정했지만, 다행히(?) 스캔본을 가지고 있다. 화질이 썩 좋은 건 아니어도 이따금 꺼내 볼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그냥 보내는 책에 대한 아쉬움에 좀 끼적였다. 원래는 베이징 여행기를 쓰려고 했지만.
꽤 전에 아이카와 사토루藍川さとる의 《푸른 하늘》을 뒤늦게 기를 쓰고 구했었다. 이제 만화책도 정리해야 하는 마당이라 옷장을 가득 채운 만화책 중 이 책 여섯 권을 집었다. '오늘의 버리는 책' 무리에 쌓아 두었다가 다시 휘리릭 넘겼다. 결국 6권 〈물고기 f〉는 남았다(버려야겠다고 생각하면 다시는 펼쳐선 안 된다. 다시 책장으로 들어가는 사태가 일어난다;;;).
《푸른 하늘》을 보면 호야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호야는 이 책의 그림을, 감성을 몹시 사랑했다. 친구를 통해 원서를 구할 정도로 좋아해서, 이 책 이야기를 하면 안 그래도 아이 같은 얼굴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 인상이 꽤나 강렬해, 그때 내가 "그럼 이건 어때?"라며 들먹였던 만화책은 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국내의 조악한 인쇄 상태에서 원판의 그림이 얼마나 훌륭한지 알아챈 호야의 안목은 부러웠지만, 일단 그때의 내 눈으로 《푸른 하늘》은 그림이 딱히 내 타입도 아니었고, 등장인물도 지나치게 많은 데다 정신이 없어서 재미있게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날 열광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하지만 분명히 읽기를 멈추게 하고 생각을 하게 만드는 힘은 있었다. 이런 감성을 고등학교에 다닐 때 가지고 표현하고 했다는 사실도 놀라웠고.
두 고등학교에 다니는 여러 학생들의 얽히고설킨 이야기가 각 장을 구성하는 흔한 방식이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여느 학원물과 다소 다르다. 그들은 "그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자신도 눈치 채지 못한 그런 류의 불행", "만일 누군가가 눈치 채더라도 동정하거나 슬퍼해 주거나 하지 않는…… 스스로조차 웃을 수밖에 없는 하찮은 불행" 같은 것을 고민하고 이야기한다.
실은 잘 알고 있어. 'f'는 물고기가 아니야. 그 아름답게 느껴졌던 구조는 단지 물고기만의 것이 아니야. 문자는 그냥 그에 파급된 연상으로 거기에 있을 뿐. 그 자체에는 아무 의미도 꿈도 없다. 그 인스피레이션은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알고 있었어.
"어째 맥 빠지는 기분이네요."
"응?"
"나 내 맘대로 훨씬 멋지고 굉장한 걸 상상하고 있었거든요. 더 아름답고 절대적인 올바름을 나타내는 그런 거."
"응, 그렇군. 나중에 알게 된 사실보다 멋대로 생각하던 잘못된 상상이 더 아름다운 경우. 그런 경우 상당히 많지. 그래도 역시 처음에 느꼈던 감동은 진짜라고 생각해. 나중에 알게 되는 이치에 맥이 빠져 버리더라도 그래도 제일 처음 느꼈던 '아름답다'는 그 느낌이 마음을 움직이는 근원이라 생각해. 그 무엇보다 '아름답다', 더러워져도 '아름답다', …… 애처로워도 '예쁘다'."
《푸른 하늘》 6권 〈물고기 f〉, pp. 56~60
"야……. 중학교란 데 엄청 불편한 곳 아니냐?"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놓고 무슨 소리야."
"규칙을 몽땅 깨트려 버리면 자유로워질까?"
"오히려 더 귀찮지 않겠냐? 아무 일도 아닌 것 갖고 여기저기서 얼마나 말이 많겠냐. 일일이 체크 당하고 있다 보면 규칙을 지키는 것보다 더 힘들어지지 않겠어? 전부 다들 얌전히 지킬 필요야 없겠지만 말야. 그중에는 말도 안 되는 규칙도 있거든. 여하튼 그래도 룰이라는 건 워낙에 세상을 잘 굴러가게 하기 위해 있는 거잖아? 최소한은 지켜 두는 게 편하지 않겠냐?"
《푸른 하늘》 6권 〈자유로워져라〉, pp. 124~125
어떤 감성은 어떤 사람에게 좀 더 특별하게 작용한다. 난 이런 감성에 약하고 잘 반응하지 못한다. 이런 감성은 뭔가 좀 더 내면적이고 진실로 감성 그 자체에 호소한다고 생각하는데, 난 그러지를 못한다. 그래서 언제나 이런 감성을 품은 '어떤 것들'에게는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물러선다. 어쩐지 난 영원히 그 안에 닿을 수 없을 것만 같다. 폴리니의 맑은 연주 속에서 느껴지는 소리의 무엇처럼.
아이카와 사토루의 이 놀라운 감성은 우리나라에서는 여기에서 끝난다. 그리고 일본에서도 창작은 그다지 활발하지 않았다. 아이카와 사토루는 그 뒤로 여러 이름을 가지고 삽화가(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로 우리나라에서 소개된 BL 소설 《삼천 세계의 까마귀를 죽이고》가 있다.)로 활동한다. 지금은 근황을 전혀 모르지만, 바뀐 이름으로 블로그 같은 걸 운영하던 예전에는 어떻게 어떻게 알아서 구경하러 가곤 했다. 여전히 그림은 매력적이었다.
요즘은 자주 꺼내 보지 않아서 결국 버리는 쪽으로 마음을 정했지만, 다행히(?) 스캔본을 가지고 있다. 화질이 썩 좋은 건 아니어도 이따금 꺼내 볼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그냥 보내는 책에 대한 아쉬움에 좀 끼적였다. 원래는 베이징 여행기를 쓰려고 했지만.
2008/04/22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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