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를 오는 검색어를 보면 정말 갖가지 단어가 나온다. 얼마 전에는 경악스러운 단어가 출현해서 날 화들짝 놀라게 했는데, 내가 비록 성적인 어휘들에 대해 비속어가 아닌 이상은 그냥 쓴다고 해도 그렇지, 저렇게 대놓고 쓴 적은 없단 말이지. 내 게으름에 비춰 보건대 조치는 어렵고, 개무시가 답이겠다.

하지만 날 기쁘게 하는 검색어도 있다. 도쿄지헨 관련 검색어.

아아 그래 오늘의 고백은 바로 이거다. 저쪽에 꿍쳐 둔 내 옛 블로그 글을 검색해 보니 지난해 1월부터 도쿄지헨을 들었다(블로그의 장점: 과거사 검색). 아니 일 년이 넘었구나! 요새 나의 이 넘치는 애정을 주체하지 못해 C에게 미쳤다면서 거의 일 년째 듣고 있는 거라고 박박 우겼건만, 아니었구나. 미치겠다.

도쿄지헨(이하 지헨)을 이야기할 때 언제나 중심이 되는 건 시나 링고지만, 난 사실 그녀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다. 지헨의 음악을 이루는 악기인 목소리로서의 기능과 가사 정도? 공연 실황을 보면 카메라가 시나 링고를 중심으로 흘러서 짜증스럽다. 곡마다 들리는 연주자들의 연주를 직접 보고 싶은데, 조명도 카메라도 오로지 시나 링고만 향한다. 흑, 〈킬러튠〉의 이치, 우키, 세지의 손가락이 보고 싶건만.

난 1기의 기타리스트 히라마 미키오와 건반주자 HZM도 꽤 좋아하고, 《교육》을 들으면서 지금도 즐거워하지만, 지금의 멤버인 우키와 이치를 몹시 좋아한다. 1집은 혼자 활동하던 시나 링고의 정체성에 밴드의 연주를 덧쓴 느낌이고, 그래서 폭발적이고 갖가지 꽃이 만개한 느낌이 든다. 많은 지헨 팬들은 아직도 이 에너제틱한 음반을 사랑하고 그리워한다. 나도 〈축제 소동〉은 한번 들으면 몇 번을 반복해야 멈춘다(그 숨 막힐 듯한 피아노!!!).

2집은 질풍노도의 소년 같던 1집에서 벗어나 《어른》이 되어 나타난 지헨을 보여주는데, 너무 세련돼서 나로선 아쉬울 정도였다. 하지만 많은 팬들이 욕하던 〈투명인간〉은 역시 2집 편곡을 좋아한다. 언제 어디서나 튀는 HZM과 달리 이치는 피아노를 살리는 것보다 곡 전체를 중심으로 두는 편곡을 하는 듯하다(음악 몰라.). 그의 피아노는 언제나 곡 속에 녹아든다. 여기에 우키의 야들야들해서 에로틱하고 깐죽깐죽 하면서도 세련된 기타가 있다. 난 가끔, 우키와 이치가 서로의 연주와 음악 성향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생각한다. 히라마와 HZM이 개별적으로 장점을 보이고 그게 조화를 이뤘다면, 우키와 이치는 서로를 감싸 안는 느낌이다. 어떨 때는 우키의 화려한 아르페지오나 이치의 박력 있는 건반 연주 덕에 두 악기가 하나인 듯한 착각까지 받는다, 나는.

그래 이렇게 적어놓고 말하면, 나도 안다. 지난 1년간 내 mp3p에 단 한 번도 지헨의 음악이 사라졌던 적이 없다. 근간에 지헨을 제외하고 가장 오래갔던 뮤지션은 미카MIKA 정도일까? 집에서는 샹송 프랑소와의 〈달빛〉을 오래 들었다(기절하게 에로틱하다. 조용한 새벽에 모든 잡음을 없애고 이어폰을 귀에 꽂고 들어보시라. 달까지 있으면 죽음이다. 원하면 보내드리리.). 그럼에도 팬이란 말도 나오지 않고, 이렇게 오래 얘들 음악을 듣고 있다는 사실이 짜증스럽다. 난 내 '반짝반짝 병'을 안타까워하지만, 그게 내 정체성을 형성한다고 생각한다. 난 내가 관심 대상을 하나로 집중하는 꼴은 못 본다!!!

아 하지만 정말, 얘들이 제일 재밌다. ㅠ.ㅠ C는 연주자 하나하나에 애정까지 든 마당이니 포기하란다. 일어도 전혀 못하면서 근황 뒤지고 앉았으니 나도 미쳤지. 우키의 본명이 나가오카 료스케란 걸 알고 그의 인디밴드 음악을 구하려고 매일 삽질 중이고, 지헨의 영상 인터뷰를 이해하기 위해 일본어 사전을 뒤지는 헛수고를 한다. 여전히 〈킬러튠〉을 들으면 길을 가다 멈춰 서기도 하고 책상에 엎어지기도 한다. 우키의 놀라운 기타, 세지의 세련된 베이스, 도시키의 발랄한 드럼, 그리고 이치의 피아노. 심장과 오금이 조이는 느낌. 게다가 우키는 전체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타입.

드디어 폴리니 이후로 '반짝반짝 병'에서 고정으로 가는 사람이 나오는 건가.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 왠지 분하다. 왜 분한 거지? 그나저나 고백이라더니, 이게 고백이냐 불평이지. -_-; 성질머리하고는.
2008/04/16 02:45 2008/04/16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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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2008/04/20 23:2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도 공감해여 ㅋㅋㅋㅋㅋㅋㅋ
    우키구모가 변태라는 말 반은 농담이겠지만
    그래도 별로 그런 별명은 마음에 안들거든요
    킬러튠스페셜인터뷰를 보면 우키구모 그때 상황이
    별로 안좋았나봐요 그래서 그런 에로틱하고 비참한
    곡밖에 쓸수없었다고 하네요 그 이후에도 별로
    행복한곡은 별로 쓸수없었다고 해요 쫌 짠했어요
    저는 우키구모를 좋아하고 그의 곡도 좋아하는데
    그걸 이해못하는 도쿄지헨 팬들이 많아서 쫌 안타까울
    뿐이에요
    아 킬러튠에서 우키구모
    기타는 진짜 섬세하죠 ;;;;
    지나가다가 덧글남기고 가요 ^ ^

    • 之窈 2008/04/21 00:10  address  modify │ delete

      다시 와서 보실 것 같지는 않지만, 지헨 관련 글에 댓글이라니 감격인데 누구신지 몰라 안타깝습니다. 지헨 글 쓸 때는 달밤에 혼자 체조하는 기분이;;;

      근데 그 인터뷰요. 제 기억으로는 《킬러튠》에서 커플링으로 묶인 〈BBQeen〉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게 예전에 써 놓은 곡이라고 알고 있거든요? 3~4년 전에 혼자 녹음했던 곡이고, 그 데모를 듣고 지헨이 새로 편곡한. 그러니까 지금이 아니라 그 시절이 그랬다는 걸로 기억하는데요.

      일어를 할 줄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ㅠ.ㅠ

  2. ;; 2008/04/21 23:1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혹시몰라서 다시 들려봤어요
    네 님이 말씀하신게 맞아요 비비퀸이랑 오스카에
    관한 얘기이지요 3집관련 인터뷰라던가
    동영상은 서너개정도 있는데
    뭔말인지 몰라서 안타까울 뿐이에요
    가끔 들려서 덧글남기고 갈게요

    • 之窈 2008/04/22 01:38  address  modify │ delete

      어머 어서오세요. 반가워라. ^^
      세미콜론 님도 일어를 못하시는군요. 또 반갑습니다. 이런 동병상련이...
      우키가 노래하는 〈오스카〉 들어보셨어요? 들을 때마다 웃는데, 우키가 사실 노래를 잘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치만 전 개성 있게 노래 못하는 건 좋아해서, 3집의 노래나 그의 코러스도 꽤 좋아하는데, 저 〈오스카〉는 그래도 역시 웃음이... 푸핫.
      세미콜론 님은 우키만 좋아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지헨의 멤버들을 모두 좋아하시는 건가요. 궁금하네요.
      또 봬요. ^^

  3. ;; 2008/04/22 22:4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완전 여기 눌러 살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왠지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보면 반가워서(그런 사람이 별로없었거든요)
    오스카는 유튜브에서 들어봤어요 ㅋㅋㅋ
    우키가 목소리가 상당히 좋아요
    평소에 말할때는 가만가만해서 듣기 좋고
    코러스를 넣거나 노래를 부르면 뭔가 섹시하다고 해야 하나;;;
    하여튼간 좋아하는 목소리입니다
    스파트리트먼트 라이브음원에서 메트로랑 미러볼
    코러스는 완전 닭살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지헨 멤버들 모두 좋아해요 ^ ^
    우키를 좋아하기전에는 히라마를 좋아했어죠 ㅋㅋㅋ
    하지만 요즘은 우키구모랑 이자와가 좋아요

    • 之窈 2008/04/23 01:41  address  modify │ delete

      하핫. ^^
      저도 지헨 얘기 나눌 분이 계셔서 무지 기뻐요. 열심히 앨범 돌려도 반응이 없더라구요. 지금은 없는 예전 글에도 그렇게 광고했건만 역시 무반응. 팔자려니 했는걸요.
      우키 목소리가 가늘잖아요. 그게 그 사람한테 묘하게 잘 어울리는 듯해요. 이치는 또 이치대로. 사실 노래야 이치 쪽이 나은데, 둘 다 노래 듣고 있으면 이미지대로 간다는 느낌이랄까. ^^
      스파트리트먼트 라이브는 동영상으로만 보고 아직 음원은 안 들었어요. mp3p에 넣어 놨지만, 랜덤으로 듣는 중이라. 음원으로 들으면 좀 더 음악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아요. 음질도 많이 좋아져서 들을 만도 하고. 닭살이라니 기대가 큰걸요. 흐흐.

      저도 1기 멤버 좋아했어요. 근데 히라마라니, 기타를 좋아하시는군요! 전 피아노거든요. 그래서 히라마보다는 HZM이었는데, 요즘 지헨 싱글들 듣고 있으려니 히라마 참 좋네요. 히라마는 목소리도 썩 좋잖아요. 왠지 정 깊은 목소리. 히라마의 앨범도 HZM의 새 앨범도 갖고 싶어서 열심히 찾아 돌아다니는 중인데 없네요. 팔기라도 하면 좋겠어요.

  4. ;; 2008/04/26 10:4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appa노래는 들어보셨어요??
    좋아요 ^ ^아, appa는 이자와가
    만든 인디밴드에요
    appa홈페이지에서 안 사실인데
    페트롤즈와 appa가 합동공연도 했다더군요
    그리고 이자와랑 hzm은 친구에요 ㅋㅋㅋ
    이런거 알아가면 정말 즐거워요
    일어가 된다면 좀더 능숙해질텐데 말이죠

    • 之窈 2008/04/26 12:18  address  modify │ delete

      아, 제가 이전글을 모두 치웠다는 사실을 깜빡했습니다;
      appa의 노래 물론 들어봤죠. 들어봤으니 이치가 우키보다는 노래를 잘한다고 할 수 있었지요. 지헨에서 조금씩 부르는 정도로는 우키나 이치나 누가 더 잘한다 말하기 어렵거든요(appa 노래 좋아요. 무기력하고 막 나가는 것이. ^^;).
      근데 앗, 요새 appa 홈피 안 갔더니 그런 놀라운 일이!!!!!!!!
      진짜 보고 싶어욧. 이자와랑 우키는 둘이 분위기 너무 좋아서 같이 공연하면 정말 재미있을 거예욥!

      이자와랑 hzm이 친구인 건, 위키 일본어판에 나오는데, 거기서 지헨에 이자와를 추천한 게 hzm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hzm이 어쩌면 이자와가 지헨에 더 맞을 거라고 생각해서 추천했을지도 모른다고 짐작했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