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 가기 전, 커피를 마시며 다 읽지 못한 스터디용 소설을 읽는다. 덮는다. 아이고,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괴롭다. 어떻게 발뺌해도 출판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엔간하면 남의 흠을 자꾸 들추고 싶지는 않다. 감싸는 게 아니라, 내 코가 석 자라서. 내 잘못은 셈할 수도 없으니까 어지간하면, 그 사람들도 힘들게 일하고 애썼는데 그랬을 거라 믿고 싶으니까. 뭐, 출판계 일하는 사정도 다들 어슷비슷하고.

그래도 슬픈 건 슬픈 거고 괴로운 건 괴로운 거다. 트위터에도 투덜거렸지만, 공부라고 생각하고 소설을 읽으면 참 괴롭다. 소설이 재미있으면 그런 생각을 덜고 갈 텐데, 재미없으면 이건 고문이 따로 없다. 모름지기 소설은 재미있어야 한다. 소설이 재미없으면 대체 그걸 어떻게 읽냐. 최소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장을 넘기게는 만들어 줘야 한다. 그 와중에 그걸 막는 책이 있다. 재미는 있는데 도저히 문장을 어떻게 할 수 없는 소설. 줄타기처럼, 그 경계에서 왔다 갔다. 소설 내용도 그저 그런데 문장도 아니올시다 이러면 그저 울고 싶다.

다른 언어권의 소설은 모르겠다. 중국어권은 내가 요즘 읽기 때문에 몇 마디 할 수 있으려나. 도대체 마음 놓고 추천할 소설이 거의 없다. 다른 언어권 소설도 이럴까. 아, 그래, 영어권과 일본어권은 대충 알 것도 같다. 나 솔직히 《밤의 피크닉》은 번역 때문에 진도 못 빼고 중단했다. 내용은 재미있으니 언젠가는 읽을 것 같지만 번역은 좀 아니다 싶다(미리 말하지만 잘한다 못한다를 논하는 게 아니다.). 《살인의 해석》도 같은 경우였다. 이것도 ‘언젠가’는 읽겠지.

전에 어떤 역자 선생님이 그랬다. 우리나라 독자는 지금 일본어/영어의 번역투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져 반발 없이 받아들이는 편이지만 중국어권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고. 그것도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말이 돼야지. 대놓고 하나하나 짚기는 이 좁은 바닥이 두려우니까 할 수 없고, 스터디를 위해 읽은 몇몇 소설 중에는 독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고도 온라인서점 독자서평은 꾸준했다. 나 그때 내 독해력을 의심했다. 그거 어떻게 이해했습니까? 나중에 그 소설 편집자 만나 물었더니 죽다 살았다고 하더라.

지금 읽는 소설은 좀 더 총체적이다. 일단 난 외래어 표기법은 딱히 고집부리지 않는다. 한 이야기 안에서 일관성만 있으면 상관없다. 이 책은 ‘물론’ 외래어 표기법을 지키지 않았다. 알아서 표기했고 일관성은 대체로 유지되는 듯하다. 그런데 번역이 이상하다. 거기에 교정교열이 되지 않았다. 낯선 문화에 대한 이야기일수록 책은 섬세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이 무심한 편집 상태라니. 읽으면서 짜증이 1포인트씩 적립되는 기분이 들었다. 나머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너무나 개인적인 취향이어서 말하기 민망하니 통과. 하지만 대놓고 할 소리가 아니라서 참을 뿐이지 정말 할 말 많다, 이 소설!!!(스터디에서 이 책이 채택되기를 간절히 바라던 사람이라 기대가 컸고 그만큼, 아니 그 이상 실망이 크다.)

공개적으로 하지는 않아도 사적으로는 많이 떠든 말인데, 난 학자가 소설을 번역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중국어권은. 소설을 소설로 보지 않고 학문 텍스트로 본다. 그래서 번역문이 재미없다. 한국어와 중국어의 문화와 언어 차이 따위는 가뿐히 무시하고, 원문 텍스트 쪽에 치우친다. 옮긴이의 말 같은 거 보고 있으면 뒷목을 잡는다. 독자더러 지금 공부하라는 거냐. 공부는 역자가 하고 독자는 재미있게 읽으면 된다. 달리 ‘深入淺出’이 아니란 말이지.

사실 이거 타이핑할 시간이면 조금이라도 소설을 읽어야 하는데, 영 읽히지가 않아서. 바로 저번 주에 읽은 소설이 훌륭해서 더 비교돼 그러나. 의무감으로라도 읽어야지 싶으면서도, 내가 원래 의무감 같은 게 없는 사람이라. 그냥 이거 올리고 타로의 피아노 들으면서 방금 아버지가 넘겨주신 군고구마 두 알 먹고 스터디 가야겠다. 가서 배 째지 뭐, 언제나처럼;;;
2010/02/04 17:01 2010/02/0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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