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이사 올 때 다짐했다, 책장은 세 개로 끝. 더는 늘리지 않고, 읽은 책 중 더 읽지 않을 책은 내보내겠다. 그리고 일 년 반쯤 됐다.

친구에게 이 책 저 책 주면 고맙겠다 떼썼더니 정말로 줬다. 열두 권이나. 정말 고마워서, 온 날은 새벽인데도 방바닥에서 좋아서 굴렀다. 그 책들이 지금 책상 옆 책장 앞에 검토할 책과 함께 상자째 그대로 있다. 아무리 눈 씻고 책장을 뒤져도 둘 곳이 없다. 아니, 이럴 수가.

내가 알라딘에서 일정 정도 등급을 유지하는 이유는 거기서 책을 사기 때문이 아니라 생필품까지 사기 때문이다. 정말 책은 어지간하면 사지 않는다. 만화책도 요새는 새로 보는 책을 더 늘리지 않았고. 그런데 책장이 넘쳐 상자를 쌓다니. 공짜 책을 대체 얼마나 받은 거냐.

덕분에 정작 밴스 둘 자리가 없다. 곧 젤라즈니도 들일 텐데 어디에 두면 좋을지 모르겠다.

책 둘 자리가 없다는 말은 그간 책을 읽지 않았다는 말이다. 읽어야 내놓지. 스터디에 읽는 책은 엔간하면 도서관에서 빌려 보고, 도서관에 없으면 산다. 지금까지 산 스터디용 소설은 거의 C에게 넘길 예정. 문제는 아직 다 읽지 못했다는 거. 찬찬히 늘어가는 책도 무시할 수 없다. 만화책은 새로 보는 책을 만들지 않아도 기존의 책이 다음 권을 내면 늘게 돼 있다. 《맛의 달인》이나 《명탐정 코난》, 《원피스》 사는 사람은 용자. 《Q.E.D.》와 《은혼》으로도 버겁다. 이제는 잘 보지 않는 유시진을 내놓을까 하다 얼마 되지도 않아서 시큰둥. 강경옥 초기 작품은 버릴 수 없다. 어쩔 거냐. -_-;

이런 경우도 있다. 전에 가라타니 고진의 《윤리21》을 처음 읽을 때는 얼른 읽고 정리한 다음 남 줘야지 생각했다. 다 읽고 나서는 포기했다. 읽고 더 공부해야지 어딜 남 주냐, 건방지게.

들이는 책은 두껍고 읽고 버리자 싶은 책은 얇다. 그나마 잘 읽지도 않고, 읽어도 아끼는 책만 읽으니 역시 제자리에 다시 꽂힌다.

또 있다. 일하다 보면 자료가 필요할 때가 많다. 올해는 《춘추좌씨전》이나 《한비자》 같은 고전 원서 번역을 좀 들일 작정인데 지금 같아선 어림도 없다. 그냥 포기하고 다시 인터넷에 의존해야 하는 건가 고민이다.

아니, 뭐, 다 떠나서 일단 좀 읽기나 하면 좋겠는데, 요샌 정말. 어째 해해년년 이 소리인데 도대체 늘지를 않는구나, 독서량. 빨리, 많이 읽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꾸준히 잘 읽기는 바란다. 근데 게임이나 하고 앉았지. 이런 주제에 무슨 ‘장인’ 취향에 ‘침엽수림’ 취향이니. 책이나 읽고 할 소리를.

아니, 그전에 책 보관 요령도 좀. -_-;
2010/02/01 18:22 2010/02/0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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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루  2010/02/02 14: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이 동네에 적도 없는 떠돌이 신세인 주제에 책만 많아졌습니다. 영어라 읽기는 오히려 더 안 읽는데. 어떡하죠. 돌아가는 길에 태평양에 던져버릴까-_-
    이런 포스팅에 차마 덧붙일 말은 아니지만 지요님, 나중에 영어원서공부라도 땡기시면 제가 아낌없이 드릴게요.....하하하.....
    • JIYO  2010/02/02 23:05     댓글주소  수정/삭제
      태평양에 던지는 데 한 표. 저 주면 미워할 거야요. 주신 책 가끔 보고 웃는 정도로 족합니다요. 저한테는 준이나 던져 주시면;;;
  2. 은뤼  2010/02/02 19: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작년..아니 벌써 재작년에 다보고 다신 안볼 소설들 대거 정리하고 책장에 공간이 생겼다고 좋아했는데....지금은 읽으려고 장만만 해둔 책들로 얇은 주간지 하나 꽂아 넣을 틈이 없어요. 책 더는 안사겠다고 다짐해도..'말짱 꽝!' 입니다요. 밴스도 이미 모셔놨어요. 흐흐흐.
    • JIYO  2010/02/02 23: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넌 샀잖냐. 난 그다지 사지도 않는다니깐. 도서관 활용을 하고 있다고. 그저 읽지 않아서 쌓이는 거야. 읽어야 할 텐데. 얻은 책 중에는 관심없는 책도 있어서 고민이고.

      흐흐, 밴스 들였구나. 다음에는 게임의 블랙홀로 꾀어 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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