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랑 채팅하다가 황인숙 시인의 시가 생각나 올린다. 일전에도 말했듯, 언제나 고양이처럼 비둘기처럼 팔랑거릴 것 같던 그도 세월의 더께에 사뿐 내려앉기도 하는 느낌이다. 어떤 독자평을 보니 그게 슬펐던 모양이지만, 난 나이를 먹어도 변치 않는 얼굴 같은 게 더 무섭고 무겁다.
처음 이 시를 읽었을 때 왠지 나 자신이 비웃음 당하는 느낌이었다. 지금은 그냥 쓸쓸하고 처절하고 그렇다. 얄팍하지만 결국 이것밖에는 없다 그러쥐고 버둥대는 모습이 화장 잘 하지 않고 게스 청바지를 입지 않은 들 나와 뭐 그리 다르겠냐 싶어서. 얕보이고 싶지 않아 더 앙칼지게 굴고, 그래서 노처녀 히스테리라는 말을 귀에 딱지 얹히도록 듣는 여자들. (나야 천성이 까칠이라 ‘나이 먹어도 여전하구나’로 정리되지만.) 그냥 다 안쓰럽다.
그런데 바로 그 왼쪽 옆 쪽에 같지만 다른 느낌의 시가 또 한 편 있다.
깜찍하고 발칙한 시선에 시간과 발효가 더해지면 어떻게 될지, 작은 단서. 다음에도 계속 이 시인의 시집을 기다리겠지.
집을 나서기 전에 그녀는
꼼꼼히 거울을 본다
화장과 복장으로 완전무장됐는지
점검한다
블라우스는 고급 실크
청바지라면 하다못해 게스
서른일곱 살 그녀는
항상 높은 굽 구두로 키를 돋우고
위풍당당 발을 내딛는다
마이너스 통장이 바닥나도록
몸단장을 하는 그녀의 다짐
“나는 럭셔리하게 살 테야!”
생활의 때에 찌든 모습은 주부들에겐 훈장이지만
독신녀에겐 아니올시다
누추하면 약해 보이고
약해 보이면 위험에 처한다네
럭셔리한 삶은 독신녀의 안전책.
스스로를 지키는 방패.
〈럭셔리한 그녀〉, 《리스본行 야간열차》, 71쪽
처음 이 시를 읽었을 때 왠지 나 자신이 비웃음 당하는 느낌이었다. 지금은 그냥 쓸쓸하고 처절하고 그렇다. 얄팍하지만 결국 이것밖에는 없다 그러쥐고 버둥대는 모습이 화장 잘 하지 않고 게스 청바지를 입지 않은 들 나와 뭐 그리 다르겠냐 싶어서. 얕보이고 싶지 않아 더 앙칼지게 굴고, 그래서 노처녀 히스테리라는 말을 귀에 딱지 얹히도록 듣는 여자들. (나야 천성이 까칠이라 ‘나이 먹어도 여전하구나’로 정리되지만.) 그냥 다 안쓰럽다.
그런데 바로 그 왼쪽 옆 쪽에 같지만 다른 느낌의 시가 또 한 편 있다.
걷는 게 고역일 때
길이란
해치워야 할
‘거리’일 뿐이다
사는 게 노역일 때 삶이
해치워야 할
‘시간’일 뿐이듯
하필이면 비탈 동네
폐지를 모으는 할머니들
오늘 밤도 묵묵히
납작한 바퀴 위에
둥드러시 높다랗게 비탈을 싣고 나른다
비에 젖으면 몇 곱 더 무거워지는 그 비탈
가파른 비탈 아래
납작한 할머니들.
〈세상의 모든 비탈〉, 《리스본行 야간열차》, 70쪽
깜찍하고 발칙한 시선에 시간과 발효가 더해지면 어떻게 될지, 작은 단서. 다음에도 계속 이 시인의 시집을 기다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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