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퇴원하면 최소한 몸만은 편해질 줄 알았다. 정말이지 엄청나게 자대고 왔고, 병실에서 한 일이라고는 먹고 자고 휴대폰으로 인터넷 서핑한 것이 전부였다. 초반에는 계속 잤다. 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으니까, 주사액이 끝없이 들어갔고, 주삿바늘을 꽂아도 아픈지 모르고 잤다. 사흘째쯤 정신이 나니 미칠 것 같았다. 소리의 폭력이 지독했다. 다인실은 정말이지. 종일 틀어 놓은 텔레비전 소리는 울고 싶을 정도였다. 아무리 무시해도 들리는 걸 막을 수 없고, 들리면 이야기를 이해하는 걸 막을 수 없으니까. 귀를 닫을 수 없다니. 하필 아이팟의 남은 전력은 바닥. 이어폰은 사고 탓에 한쪽 바보. 덕분에 퇴원 전까지 엔간한 드라마 줄거리는 다 꿰게 됐다. 세상에, 내가 《하얀 거짓말》의 등장인물 이름을 다 왼다구. 친구가 내 하소연에 웃으며, 그간 내가 하도 먹는 걸 밝혀서 이가 부서진 거고, 하도 공중파 드라마를 보지 않아서 이렇게 몰아치는 거라고 했다. 정말 그런 걸까? 내 식탐과 세상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변하는 드라마에 대한 무시의 완곡한 조언인 걸까? 내 유일한 대안은 책이었다. 입원하자마자 부모님께 책 좀 가져다 달라고 했지만, 어디의 무슨 책을 가져오시라고 할 정신은 없었다. 조금 지나 급한 대로 바로 얼마 전에 구입한 책을 부탁해서 손에 넣었다. 문제는 두 줄을 넘기지 못하는 데 있었다. 내가 있던 병실에서, 내가 제일 어렸다. 어르신들은 텔레비전을 절대 조용히 보지 않는다. 줄거리나 등장인물에도 집중하지 않는다. 순간을 본다. 그 와중에 책에 집중하기는 대단히 어려웠다. 텔레비전 소리, 어르신들 말씀 소리 그리고 내 체력. 집중해서 두 줄 정도 읽으면 바로 피로가 몰려왔고, 그 상태에서는 누우면 그냥 잠들었다. 그러다 깨서 같은 곳 또 읽고. 아이고, 짜증. 여하튼 잠만은 남부럽지 않게 잤다. 집에 가면 일이나 해야지 생각했다.
그런데 아직도 졸리다. 보름 넘게 먹고 자기만 한 주제에 와서도 먹고 자기만 한다. 그 덕에 다시 살이 토실하게 오르는 중이다. 컴퓨터 앞에서 두 시간만 집중하면 졸리고, 그냥 는적하게 누워서 텔레비전이나 보다가 또 잔다. 아아, 그리웠어, 온게임넷, 투니버스, 온스타일. 하지만 거의 한 달을 이렇게 무기력하게 보내고 있자니 스스로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달에 한 일이라고는 병실과 집에서 잠이나 미친 듯이 잔 것뿐이다. 돌아온 집에서 일어나면 문득 모든 게 꿈같지만, 내일이면 다시 치과 예약을 하나 취소하고 하나 새로 해야 한다. 그리고 보험회사와 실랑이를 벌여야 하고, 합의금에 대해 고민하고 상의해야 한다. 이게 현실이다. 아니, 그 전에 소매를 걷으면 혈관을 따라 드러나는 여기저기의 주삿바늘 자국과 그로 인해 생긴 멍, 부딪힐 때 생긴 멍과 쑥 들어간 팔의 근육 들이 지나간 일과 해야 할 일을 상기시킨다. 머리카락은 푸석해졌고, 자를 시기를 넘겨 지저분하다. 병원에 가기는 뭐하지만 뭐라고 표현하기 애매한 현상도 있다. 마음 탓인지, 실제로 문제인지 계속 의심스럽다. 불편하다. 아무렇지도 않게 밥을 먹고, 일을 하는 일상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것이 또 얼마나 아무렇지도 않게 단절될 수 있는지 배운 기분이다. 뭐, 이 기억과 교훈을 얼마나 가슴에 품고 살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지금 당장의 마음으로는 내일이 오지 않으면 좋겠다. 그냥 쉬고 싶고, 만사가 귀찮고 번거롭다.
겨우 보름 남짓이었다. 이런 말들을 지껄이기가 부끄러울 만큼 어쩌면 별것 아닌 교통사고일지도 모르겠다(그래, 심지어 전직 대통령이 자살했다. 거짓말처럼.). 더 큰 사고를 당한 이들의 먹먹함을 아주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난 병실을 들고 나는 환자들을 보며 이것저것 많이 배운 느낌도 든다. 재능 있는 소설가라면 그 짧은 사이에 들은 이야기만으로 소설 몇 권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 자신에 대한 생각, 그러니까 사고 전에도 골머리를 싸며 고민하던 일들에 대한 생각들을, 병실 생활의 그 남아도는 시간 속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더 복잡해지기만 하고 더 조급해지기만 했을 뿐. 그러면서 반대로 자포자기하는 마음도 들고.
난 유월이 어떤 빛깔로 지나갈지 궁금하지 않다.
그런데 아직도 졸리다. 보름 넘게 먹고 자기만 한 주제에 와서도 먹고 자기만 한다. 그 덕에 다시 살이 토실하게 오르는 중이다. 컴퓨터 앞에서 두 시간만 집중하면 졸리고, 그냥 는적하게 누워서 텔레비전이나 보다가 또 잔다. 아아, 그리웠어, 온게임넷, 투니버스, 온스타일. 하지만 거의 한 달을 이렇게 무기력하게 보내고 있자니 스스로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달에 한 일이라고는 병실과 집에서 잠이나 미친 듯이 잔 것뿐이다. 돌아온 집에서 일어나면 문득 모든 게 꿈같지만, 내일이면 다시 치과 예약을 하나 취소하고 하나 새로 해야 한다. 그리고 보험회사와 실랑이를 벌여야 하고, 합의금에 대해 고민하고 상의해야 한다. 이게 현실이다. 아니, 그 전에 소매를 걷으면 혈관을 따라 드러나는 여기저기의 주삿바늘 자국과 그로 인해 생긴 멍, 부딪힐 때 생긴 멍과 쑥 들어간 팔의 근육 들이 지나간 일과 해야 할 일을 상기시킨다. 머리카락은 푸석해졌고, 자를 시기를 넘겨 지저분하다. 병원에 가기는 뭐하지만 뭐라고 표현하기 애매한 현상도 있다. 마음 탓인지, 실제로 문제인지 계속 의심스럽다. 불편하다. 아무렇지도 않게 밥을 먹고, 일을 하는 일상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것이 또 얼마나 아무렇지도 않게 단절될 수 있는지 배운 기분이다. 뭐, 이 기억과 교훈을 얼마나 가슴에 품고 살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지금 당장의 마음으로는 내일이 오지 않으면 좋겠다. 그냥 쉬고 싶고, 만사가 귀찮고 번거롭다.
겨우 보름 남짓이었다. 이런 말들을 지껄이기가 부끄러울 만큼 어쩌면 별것 아닌 교통사고일지도 모르겠다(그래, 심지어 전직 대통령이 자살했다. 거짓말처럼.). 더 큰 사고를 당한 이들의 먹먹함을 아주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난 병실을 들고 나는 환자들을 보며 이것저것 많이 배운 느낌도 든다. 재능 있는 소설가라면 그 짧은 사이에 들은 이야기만으로 소설 몇 권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 자신에 대한 생각, 그러니까 사고 전에도 골머리를 싸며 고민하던 일들에 대한 생각들을, 병실 생활의 그 남아도는 시간 속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더 복잡해지기만 하고 더 조급해지기만 했을 뿐. 그러면서 반대로 자포자기하는 마음도 들고.
난 유월이 어떤 빛깔로 지나갈지 궁금하지 않다.
Trackback URL : http://textgarden.net/blog/trackback/160
rss
자주 들러야겠습니다. 바깥은 가끔 둘러 몰아쳐보게 되니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젠 좀 더 좋아지셨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