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약 끝났다. 책 한 권 일정이 아주 살짝 밀렸다. 술 생각난다. 어쩔까 궁리한다. 궁리하는 시점에서 이미 패배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궁리한다. 이럴 때의 하이네켄 다크나 사무엘아담스 한 병은 천금의 값을 하리.

- 동생이 한 선한 일 덕에 그 유명한 조태연가 녹차를 마시게 됐다. 차 참 단아하다. 식후에 일인용 다기에 재빨리 우려 삼품까지 마시면 몸이 정화된 기분이 든다. 그러나 내 돈 주고는 사 마실 수 없다. 이거 찾아보니 30만 원에 육박하더라. 하.하.하. 다해야 75그램이거든?

이 녹차를 계기로 한동안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포기했던 녹차를 어떻게 편하게 마실 수 있을지 연구 중이다. 커피를 자주 마시게 되는 원인 중 하나는 커피는 식어도 마실 수 있고 내린 뒤 언제 마시든 상관이 없다는 점이다. 녹차는 우리는 시간도 봐야 하고 우리고 나면 또 제때 마셔 줘야 한다. 다구에 내리면 정말 제대로 시간을 내서 마셔야 한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안 그럼 써서 못 마시니까.

하지만 여유로운 시간을 갖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 인생에서 요거 참 쉽지 않다는 거. 드립커피조차 가끔 일상의 사치가 아닐까 생각하는 이 마당에 자리 펴고 앉아서 차를 마시다니. 그래도 이번 녹차를 마시면서 나름대로 좀 요령도 알게 돼서 간편하게 마실 수도 있을 것 같다. 너무 강하지 않은 선에서 괜찮은 차를 알아봐야겠다 싶다.

- 그런 의미에서 한밤에 창을 닫고 캐럴 틀어 놓고 크랜베리 차를 마시노라면, 창밖에 눈이 소복이 내려와 있을 것만 같다. 하여튼 크리스마스는 완전 상징이다, 상징.

- 요즘은 매일 작업 일정을 짠다. 앉아서 오랜만에 달력을 뒤적이면서 일정을 적다가 문득 뒷장을 뒤집어 보았더니 국내외의 시와 그림이 달마다 하나씩 들어 있었다. 황희에서 랭보, 쇠라에서 민화까지. 소리 내어 시를 읽어 보고 그림을 감상하면서 잠시 만족감에 젖었다. 어느새 일정 고민은 저 너머로 사라졌다(아, 이럼 안 되는데;).

그래도 삶에는 이렇게 바쁜 와중에 문득 넘긴 달력의 뒷장 같은 게 숨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니까 아직 숨 쉬고 사는 거겠지.

- 수미쌍관하게, 아, 술 어쩌지?
2008/11/05 19:25 2008/11/05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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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SLANd 2008/11/06 09:1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뭔가가 생각난다는 건, 몸이 그걸 원하고 있다는 거랍니다.
    고로, 술이 생각난다는 건 몸이 술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

    뭐, 한 병 쯤이야 맛나게 쭈욱~!!

    녹차, 제대로 즐기기가 참 어려운 것 같긴 합니다. 저야 뭐 그냥 막 우려먹는 수준이지만...
    얼마 전엔 부모님이 중국에서 사오신 용정차(맞나? ㅡㅡ;;)를 마시다 지금은 까먹었습니다. ㅡㅡ;
    지난 주에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서 요즘은 매일 에스프레소 마시는 낙에 살고 있답니다. 녹차도 좋고, 커피도 좋고~

    • JIYO 2008/11/06 23:44  address  modify │ delete

      헤헤, 그거 속지 말라던데요? 고건 입이 원하는 거라고. 뭐, 아무려면 어떻겠어요, 마시고 싶으면 마시는 거지. 지금은 정신이 없어서 못 마시지만 조만간 한 병 정도 마시지 싶어요. ^^;

      용정차 좋죠. 맞기만 하다면 맑은 풀냄새 즐기면서 마실 수 있는 차. 용정 좋아하는데 제가 저걸 좀 많이 마시면 탈이 나더라고요(마실 때 무식하게 퍼마시는 제가 문제긴 하죠). 우리 녹차랑도 좀 비슷한 맛이 나고요.

      오오, 에스프레소 머신!!!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