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원의 i5가 아무래도 왔다 갔다 한다. 일단 건전지 넣는 곳의 한 구석이 깨지기 시작해서 이제는 비닐 케이스에 넣지 않으면 전지가 스프링에 뜬다. 전지가 얼마 남지 않으면 작은 충격에도 음악이 팍 꺼진다. 잠시 수리를 맡기고 휴대폰을 이용해 볼까 하였으나, 얘야말로 당장 A/S센터에 가서 교환이라도 요청해야 하는 상태라 불가능.

하여 전부터 찍어 두었던 코원의 U5를 살까 싶어서 후기를 찾아봤더니 마무리가 좀 약하고 사진보다 실물이 별로인 데다 인터페이스도 촌스럽다는 말이 있었다. 디자인만으로 본다면 물론 아이팟을 누가 이기리. 길에서 아이팟 제품 보면 저절로 눈이 간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난 i5를 선택했고, 딱히 후회하지는 않는다(예전에 이거 사느라 고민한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옛날 집 수리하면 링크를 걸도록 하겠다;).

그런데 i5를 써 보고 나서 저 후기를 읽고 나니 확 실감이 난다. 마무리가 약한 건 i5도 그랬다. 단추를 누르는 느낌도 깔끔하지 않고, 한 번 병원에 다녀오고도 나아지지 않았다. 실물 역시 사진보다 못했다. 인터페이스는 할 말 없다. 그 부분은 신경 쓰지 않았으니까. USB 꽂는 자리의 뚜껑이 떨어져 나갈까 늘 걱정이었는데 예상 밖으로 그 옆의 건전지 넣는 부분이 그 모양이 될 줄이야.

게다가 아이팟 나노 4세대를 보니 가격이 갖는 이점도 없어졌고, 어차피 다들 충전식이라 내가 아이팟을 쓰지 않을 이유가 꽤 사라졌다. 순식간에 아이팟으로 마음이 기운다. 아이팟으로 할지, 아이팟 나노로 할지, 아이팟으로 한다면 어떤 색으로 할지, 아이팟 나노로 한다면 어떤 색으로 할지, 몇 기가짜리로 살지. 변심에는 약도 없이 가속이 붙나 보다. -_-;

그러면서 확실하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살짝 망설이는 중. 조만간 결정해서 질러야 할 텐데.


- 화창한 어느 날, 일하다 밥을 먹으려고 부엌을 향하는데 어머니께서 부르신다. 가만히 내 얼굴을 보시더니 “얘 잡티 올라오네~?” 하시는 거다. 흑, 안 그래도 요즘 스트레스 받는데 칼같이 찌르시는구나. 무서운 엄니.

“아, 엄마, 내 나이 내일모레면 마흔이거든? 할 수 없는 거 아냐?”
“야, 시집도 안 갔는데 잡티가 올라오면 어떡해?”
“헉, 시집도 안 가면 늙어도 잡티가 올라오면 안 되는 거야?”
(완전 당당) 당연하지.”(똑같은 질문을 하고 똑같은 대답을, 요즘 운동하는 곳에서 친하게 지내는 20대 초반 친구에게 들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신경은 좀 쓰이지만 나이 탓이려니 하는데.”
“병원 가야지. 요새 많이 싸졌다더라.”

어머니는 나보다 선진적이다. 그냥 세월이 가니, 이미 늙어서 할 수 없으려니 하는데 대뜸 병원 가서 딸년 얼굴에 올라오는 잡티를 잡아야 한다고 하신다. 그 딸년은 달랑 로션 하나 바르고 어디든 잘만 돌아다닌다. 요새는 의정부 벗어날 때만 친구들이 갖은 성화를 하며 손에 쥐어 준 비비크림이라는 걸 조금 바른다.

신경이 안 쓰이는 건 아니다. 운동 가서 사람들과 이야기해 보면 애든 어른이든 피부과나 (싸든 비싸든) 피부 관리실에 다니지 않는 사람이 없다. 거의 생활 속의 피부 관리 수준이 되었다고나 할까. 피부과라고는 어머니 성화로 어릴 때 점 빼러 간 게 전부인 나로선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정말 요즘은 이게 대세이고 흐름이고 그렇다.

저번의 새로운 세계도 그렇지만, 잘난 것 하나 없으면서 다 늙은 주제에 나도 참 나 자신을 방치하고 사는구나 싶어진다. 키도 크지 않고, 예쁘지도 않고, 피부가 좋지도 않고, 몸매가 훌륭하지도 않고, 심지어 성격도 까칠하다. 그런 주제에 잘 꾸미지도 않는다. 그러면서 왜 이렇게 뻔뻔하냐, 나. 지금도 궁금하긴 하다. 나 반성해야 해?

뭐, 일단 거울 봐서 보기 싫고, 못내 신경은 쓰이니(솔직히 싼 피부 관리실이라도 다녀 볼까 하고, 작년부터 생각'만' 해 오긴 했다;) 어머니 성화가 심해지면 못 이기는 척하고 피부과에 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다만 나 자신에게 줄 대의명분을 무엇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나 자신부터 설득하고 합리화할 무엇을 주고 난 다음에 생각해야겠다. 아직은 자기만족이라는 말보다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 되냐는 말이 옳아 보인다. 아아, 제길 어쩌란 말이냐.
2008/10/21 00:54 2008/10/21 00:54

2008/10/21 00:54



트랙백 주소: http://textgarden.net/blog/trackback/105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이루릴 2008/10/21 08:0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잡티는 할말 없고. 비비크림은 내가 한국 떠난 후에 뜬 상품이라서 써 본적 없네요.
    난 언제나 언니 피부 좋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아니라고 대답하겠지만. 그렇단 말이죠.
    나 햇볕 알러지가 조금 있었는데 여기서 난리에요. 특히 운전을 하니까 팔이 전쟁통이네요.
    근데 진짜 운전하기 싫어요. 흑.
    피부과 다녀볼만 해요. 내 생각에는 지속적인 관리비나 일년에 한 싸이클씩 해주는 아이피엘이나 비슷하면 아이피엘을 하겠에요. 기본 관리는 집에서 쬐끔만 부!지!런! 하면 할 수 있으니까.(근데 왜 !를 쳤을까요~~~!)
    한국에서 가져온 엠피3플레이어를 이곳 컴이 인식을 못해서 삼성 옙을 하나 샀는데 2개월만에 고장났고 센터는 시차가 3시간 나는 동부에 있다네요. 그래서 29달러짜리 건전지 들어가는 이름도 모르는 애를 샀죠. 어차피 차에서만 들으니까. (내 차는 구운 씨디는 뱉어주는 강력한 준법정신을 가지고 있지요.) 그냥 싼거 사서 듣다가 고장나면 버린다로 기울었어요. 수리는 몇개월을 잡아먹는게 이곳의 '여유로운 생활과 그 정신'이니까.

    • JIYO 2008/10/21 11:17  address  modify │ delete

      세월이 또 흘렀잖냐. 고 몇 년 새 확 가던걸. ㅠ.ㅠ 한 해 한 해 늙어간다는 걸 실감할 정도라오. 아이피엘이 싸냐? 시세도 모르지만, 그때 들었을 때도 절대 싸다 생각하지 않았다. 집에서 하는 건, 뭐, 나도 부지런할 수 있다! 그리고 신경 쓰인 후로는 나도 노력 중, 노력. 음.

      햇빛에 민감했구나. 그럼 긴 팔 입어 주고, 뿌리는 자외선 차단제 죽어라 써야지. 뉴트로지나의 뿌리는 자외선 차단제를 써 보지? 내 알기로 미국 쪽은 뿌리는 자외선 차단제가 다양하게 나와 있을 텐데. 일단 저번에 논란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존슨즈 사의 자외선 차단제가 믿을 만하니 골라 써 보시길. 정말 경고대로 2시간에 한 번씩 발라 줘야 하는 곳이겠구나. -_-;

      미국이라면 그냥 아이팟이지 무슨 삼성이야. -_-; 국내에서야 A/S 때문에라도 삼성 쓰는 경우가 있지만 미국에서 무슨. 거기에서 제일 많은 사람이 쓰는 거 사서 쓰셔. 하지만 차에서만 듣는다면 mp3p는 하드 역할이나 하겠구나. 나름대로 좋은 생각 같기도.

    • kid 2008/10/23 09:41  address  modify │ delete

      쥔장님 // 지금 남 걱정 할땝니까?
      이루릴님께는 죄송치만.. ^^;;;;

      지금 남 걱정 할때가 아니란 말입죠..

    • JIYO 2008/10/23 12:40  address  modify │ delete

      아, 역시 아이피엘을 받아야 하는 겁니까? 에휴.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