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주일쯤 다닌 한의원에서 결국 약을 짓기로 했다. 보름치 약을 주문하고 나니 갑자기 그간 성실히 지낸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가면서(푸하하핫!) 맥주가 확 당기는 거다. 지난달의 친구 결혼 모임 전후로는 정말 술 안 마셨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를 했더니 술 마실 시간이 없더란 말이지. 밥 챙겨 먹을 시간도 애매해서 술 마실 시간은 어림도 없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에서 가장 아쉬운 게 맥주 독작獨酌 시간 없는 거.

그래서 오늘 확 당기는 김에 한 병 꺼냈다. 맥주 타령을 했더니 부모님께서 장 보시는 김에 병맥주 세 병을 사서 한 병을 냉장고에 넣어 주셨다(참 좋은 부모님이다. 효도해야 할 텐데;) 꺼내서 마시는데, 아, 이거 간만에 혼자 마셨더니 왕창 좋은 거다. 아니, 정말 술이 싸악 몸속을 도는 이 기분이란! 술기운도 안 오르고 맛만 기가 막히게 좋아서, 요즘 위장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살금살금 다시 냉장고로 가서 아직 냉기가 차지도 않은 맥주를 다시 한 병 꺼냈다(아까 한 병 꺼내면서 새로 넣은 그 한 병).

음, 나 그간 정말 성실했거든? 비록 2시경에 자는 일이 있어도 일찍 자려고 무진 노력했거든? 친구가 보내준 약차도 꼬박 마시려고 했어. 기운 없어서 일찍 일어나지는 못해도 일찍 자는 건 진짜 노력했어.

그러니까 오늘 이 잠깐 맥주 두 병 마시는 거 괜찮지 않아? 아, 맥주 정말 맛있다. 게다가 혼자 마시는 이 술의 맛이라니. 좋아서 죽을 거 같아. 물론 이유는 하나 더 있지.

- 투니버스에서 방송하는 《은혼》. 맥주 마시면서 보는데 새벽이라 소리 죽이며 웃느라 죽는 줄 알았어. 시영준 성우가 사이고 맡았는데 역시 잘하시더라. 무엇보다 난 이호산 성우가 그 황태자로 나올 때마다 미쳐. 아우, 너무 귀엽잖아. 이건 심해. 보면서 까르륵까르륵. 만화영화에는 만화책과는 다른 맛이 있구나 싶어. 아주아주 즐겁게 보는 중.

사실은 《은혼》이 재방송도 안 하고 해서, 이거 본방 사수하느라 의사 선생님이 엔간하면 12시 전에 자라는 권고를 멀리 던지고, 피곤해서 일찍 자다가도 방송 시간 되면 일어나서 본다. 이쯤 되면 위대하지 않냐? 내가 생각해도 위대해. 어제 그랬거든. 일어나면서도 혼자 피식 웃었다. -_-V

아, 그래도 정말 본방 사수하는 보람이 있어. 요즘 《나루토》 시작했던데, 사스케가 너무 머저리 짓을 하는 전개 때문에 도저히 볼 마음이 안 난다는 게 문제. 아아, 그래도 카카시의 손원일 성우, 오랜만의 사스케 김영선 성우, 가아라의 한채언 성우, 츠나데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는 손도영 성우, 시카마루의 정명준 성우에, 이타치의 구자형 성우를 생각하면 보긴 봐야 한다는 게 문제. 아이고. 흑. 일요일 재방을 봐야 하는데.

그러니까 핵심은 사스케가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거. 아직 애니메이션 쪽에서 진도 따라잡으려면 멀었지만, 따라잡고 나면 어쩔 거냐고. 그때는 구자형 성우가 빠지지만, 손원일 성우는 남잖아. 이러면 못 버려. 손원일 성우 목소리 못 들은 지 너무 오래돼서 귀가 갈증을 느끼는 상황이라…….

- C의 논문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해. 존재는 관계에 따라, 관계는 존재에 따라. 알지만, 마음을 정리하기란 참 쉬운 일이 아니지. 어째 일찍부터 가을 탄다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어. 이렇게 겨울을 나고 현명한 봄을 맞을 수 있길 바랄 뿐이야. 몸도 마음도 동면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인 걸지도. 아, 그럼 많이많이 먹어 두어야 하는데. 몸보신 해야겠다.

- 마지막 잔이다. 아쉬워라. 한 병 더?
2008/10/15 01:08 2008/10/15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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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삭 2008/10/15 10:4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니, 한의원이라뇨, 게다가 약이라뇨! 잘 지내시는 줄 알았는데. 어디가 아픈 겁니까. 얼렁 나아서 같이 케이크 한번 먹으러 가고 싶어요...
    저는 생협에서 산 유근피로 차를 끓여 물 마시듯 한 달째 주구장창 마시고 있는데(보리차보다 약간 진한 정도) 아주 좋아요. 커피믹스를 끊었더니 몸무게가 살짝 줄고 몸도 가볍고, 9월에 비해 비염이 정말 많이 좋아졌고 잠도 잘 자요. 코가 건조해서 좀 가려울 때가 있긴 하지만 재채기 콧물은 확 줄었어요. 9월에는 그 비싼 한약 먹은 게 원통할 만큼 정말 힘들었거든요. 이럴 줄 알았으면 한약 먹지 말고 유근피차를 진작부터 먹어볼걸 싶을 정도예요. 10월 들어서서 9월에 많던 꽃가루는 줄어든 대신 날씨가 쌀쌀해져서 비염이 계속될 줄 알았는데 이 정도면 정말 사람답게 살고 있다고 할까... 유근피차 강추입니다. 이 유근피차가 위장에도 좋다고 해요.

    • JIYO 2008/10/15 12:38  address  modify │ delete

      전 뭐 얘기하면 길고 구차하구요. 여튼 요즘 침 맞고 다녀요. 침 맞고 운동하면 하루가 다 가서 일을 못하기 때문에 걱정스럽긴 합니다만, 먹고살아야죠. 일단 한 제만 먹어 보고 더 먹을지 보기로 했어요. 비염이 원인은 아니고, 종합적으로...;

      아니, 그러니까 전 별로 안 중요하고, 언니 거기서 더 빠지셨단 말씀입니까? 저번에 뵀을 때도 날아갈 것 같았다구요!!! 맙소사. 그래도 커피믹스 끊은 건 잘하신 일이에요. 그거 위에 진짜 안 좋은데. 칼로리만 왕창 높고. 몸이 더 좋아지셨다니 다행이지만, 너무 낮은 체중은 좋지 않잖아요. 살짝 살을 붙이셔서 근력을 키우심이 어떨까요? 비염이 왜 체력과도 관계가 있잖아요.

      요새 주변에서 좋은 차를 많이 알려 주네요. 기억해 둘게요. ^^

  2. June 2008/10/16 00:1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한의원까지 다니시는군요. 에고 힘드시겠어요. 어여 좋아지시길 바랍니다요.

    • JIYO 2008/10/16 15:27  address  modify │ delete

      뭡니까, 뭡니까, 그 말투!!! 마치 내가 환자 같잖아요! 환자 아니에욧! 지금이나 전이나 마찬가지라구요! 그냥 아니라니깐요! 약 먹는 것뿐이에요, 보약. 왜 많이들 먹는 그런 보약! 안 아파욧!
      병원 다니고 운동까지 하느라 일할 시간이 없어서 문제일 뿐, 애는 말짱하다구요!!!

  3. 이루릴 2008/10/16 13:2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이번 기회에 공사 제대로 하시오.

    • JIYO 2008/10/16 15:29  address  modify │ delete

      시끄럿! 왜 갑자기 큰소리얏! 공사는 무슨 공사? 아, 나 괜찮다니깐. 오늘부터 약도 먹는다.

      글고 약 한 제에 침 며칠 맞는 걸로 제대로 공사되면 다들 그러겠다. 그게 말이 되냐? -_-; 내가 노력해야 하는 거지. 덕분에 핑계 생겼다고 얼마나 잘 자는지...; 부모님도 자는 대로 내버려 두는 상황. 잠만 늘겠어.

  4. iSLANd 2008/10/17 09:1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이거 어째 병문안 인사를 드려야 될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
    건강이 최고지요, 최고.

    가을이 왔다고 좋아했더니만 다시 여름으로 살짝 돌아간 것 같은 날들입니다.

    • JIYO 2008/10/17 10:46  address  modify │ delete

      인사는 고맙습니다만, 정말 병문안 받을 아니거든요? 아니, 가을에 보약 지어 먹는 일은 흔하잖아요. 한의원에서 약 잘 안 지으세요? 물론 저도 자주 짓지는 않지만, 몇 년에 한 번씩은 먹게 되지 않나요? 아닌가요? 아닌 거예요? 아이 참.

      그래도 일교차는 제법 돼서 여름 같지는 않던걸요. 운동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은 선선하니 좋아요. 가끔 목도리도 하고. ^^

  5. 자줏빛노을 2008/10/17 12:5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경과보고 드리러 왔습니다. ㅎㅎ

    수술은 월요일날 아침에 후딱해버렸고, 전신마취하고 수술한 주제에 이송침대에서 자기 발로 병실침대로
    내려갔더니 같은 병실 아저씨들하고 주치의분이 당황하시더군요 -_-;;;

    게다가 점심부터 책읽고 기타등등 액션을 했더니 수술받고 활력이 과하단 주위의 평을 받고 있습니다 -_-
    게다가 약의 부작용따위도 하나도 없고, 수술부위 통증도 없군요..

    이건 뭐 -_-;;;; 아무튼 믿을만한건 몸뿐이구나 싶습니다.;;;
    지요님 모쪼록 건강에 유의 하시길 ㅎㅎ

    • JIYO 2008/10/17 16:10  address  modify │ delete

      예상보다 훨씬 팔팔하셔서 다행입니다. 아우, 그때 댓글에서는 암울~해 가지고 이거 일나는 거 아닌가 걱정했더랬어요. 그 '액션'에는 게임도 있죠? 게임을 하실 정도로 손가락이 무사하시면 잘된 일이죠?
      무사히 수술 마치시고 경과도 좋다니 저도 기쁩니다. 그래도 의사 선생님 말씀 잘 들으시고, 수술 후 조리 잘하세요. 그래야 또 이렇게 종종 뵙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