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이 피었다.

- 저 문장을 쓴 지 열흘이 지났다.

- 덥다 노래한 지 바로 얼마 뒤에 추워지더니 가을 됐다. 이번 여름 가을에는 내가 계절에 농락당하나 보다. 겨울에도 그럴까 겁난다. 내복이라도 불사하겠다!

- 베토벤 교향곡 5번만, 지휘자/오케스트라별로 모아서 다 들어 보고 싶다. 물론 앞 연주를 까먹고 뒤 연주에 팔랑거릴 확률이 백 퍼센트라는 점이 문제긴 하지만.

- ‘아직까지는’ 아침에 일어나고 있다. 일찍 자기도 하거니와.

- 바흐의 류트 조곡 같은 가을 음악을 듣다가 아르코로 넘어 왔다. 좀 더 계절이 깊어지면 좋을 애들인데 어쩌다 벌써 여기까지 왔을까. 상처 받았다.

- 고노로 내리는 법을 열심히 익히고 있건만 커피 맛은 여전히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곧 2시 반. 엊그제 사온 이가체페로 또 도전할 예정.

- 바다가 보고 싶은 날씨. 이왕이면 동해가 좋을 듯. 아니면…….

-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 하루 종일 새 소리를 듣는다. 흔하디흔한 까마귀, 까치, 참새부터 낯선 소리까지. 도토리를 말리는 내 방 밖 에어컨 실외기 자리에는 심심하면 새들이 날아와서 수다를 떤다. 남향이라 해가 방으로 들어오는 시간이 길어졌다. 베란다의 음반 책장 앞에서 노란 햇빛을 받으면서 쪼그리고 앉아 그 위에 얹힌 차 깡통들을 보며 물 끓는 소리를 듣고, 엉금엉금 기어 책장의 책을 하나씩 뒤적이고 있노라면 그냥 이대로 이렇게 살고 싶어진다. (역시 로또인가.)

- 그래서 요즘은 리더기의 글도 읽지 않고, 생각도 하지 않고 산다. 해파리처럼 둥실둥실 떠다닌다. 그러다 얼마 전에 (절대 안 나갈 수 없는 자리라) 강남까지 가서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났더니 제어가 안 되더라. 좋은데 슬프다고 해야 하나.

- 지난 겨울에 갔던 평창의 펜션에 다시 가 보고 싶은데, 혼자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때 같이 갔던 C는 이제 기혼자. 불가능하겠지.

- 커피 내리러 가야겠다.
2008/09/30 14:29 2008/09/3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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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줏빛노을 2008/09/30 15:4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다른건 모르겠는데.... 진짜 바다가 보고 싶긴 하고...
    커피.....가 엄청 공감가는군요... ㅠㅠ 저야 겁이 많아서 아예 커피 내린다는 액션 자체따위 못합니다만;;
    (.... 망치느니 그냥 되있는걸로 알아서 끓여마시는게;;;)

    뭐 아까 아침에 남겼던 글에서 나왔던 그게 결과가 나왔는데
    전골간신경 마비 증상이라는군요...
    (그딴 어려운말 알까보냐...)

    아무튼 엄지와 검지에 운동능력이 문제가 생겨서(제맘대로 안움직인다는 말;;) 말이죠,
    수술해야 한다는데, 수술해도 호전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군요... (아니 호전쪽보다 비호전쪽에 무게를 두는
    듯한 말투였습니다;;;)

    수술 자체는 뭐 그다지 엄청난 것 같지는 않은데...
    호전될지 안될지 모른다고 하니까 말이죠... 에효....

    평창의 펜션이라.... 좋은곳을 많이 다니셨나보군요...
    전 그다지 가본 곳이 많지 않아서.... 그냥 집에서 뒹굴거렸던 기억이 가장 크게 남습니다. ^^;;;;

    • JIYO 2008/09/30 21:03  address  modify │ delete

      망치면 저 혼자 먹고 죽으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내립니다. 다행히 부모님은 좋아해 주십니다. 뭐, 부모님 드릴 때는 무난한 칼리타로 안전하게 내리긴 합니다만.

      그나저나 대체 저 병명은 무엇입니까. 세상에는 정말 듣도 보도 못한 병명이 많군요. 무엇보다 호전이 안 될 수 있다니, 사람 몸 째면서 할 소리는 아니지 않나요? 생활에 지장을 많이 받으세요? 뭔가 참... 좋은 소식 기다리겠습니다.

      안 비싼 펜션 많습니다. -_-; 저 무지 가난하거든요?

  2. 달크로즈 2008/09/30 21:2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제가 가장 좋아하는 베토벤 교향곡 5번은 텐슈테트Tennstedt/LPO Live(BBC Legends)랍니다. 도시바EMI에서 결정반1500시리즈로 나온 베토벤 교향곡 3번과 역시 BBC Legends로 나온 7번도 정말 좋아해서, 5번과 함께 질리도록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3번은 앤드류 맨지/헬싱보리 심포니를, 7번은 이반 피셔/BFO를 더 즐겨 듣게 되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좋아하는 녹음이에요.

    • JIYO 2008/09/30 21:41  address  modify │ delete

      오오, 소개 고맙습니다!!!
      요즘 전 카라얀의 1960년대 베토벤 교향곡 전집을 듣고 있어요. 카라얀에 대한 선입견이 좀 있었는데 들어보니 의외로 좋더라고요. 추천으로 이것저것 듣다 보니 이 끝내주는 베토벤 교향곡 5번 자체를 놓고 비교하면 멋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귀가 얇아서 듣는 족족 좋다고 할 게 뻔하지만, 추천 음반도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

    • 달크로즈 2008/09/30 22:50  address  modify │ delete

      사실 저도 카라얀에 대해서는 선입견이 좀 있어서, 갖고 있는 음반이 없어요. 유일하게 있는 음원이 DG Entrée 시리즈 샘플러를 샀을 때 들어있었던 한 트랙인데, 공교롭게도 그 한 트랙이 베토벤 5번 1악장이네요. Entrée 시리즈로 나온 카라얀의 베토벤 교향곡 5번이 60년대 녹음 것인진 잘 모르겠어요.
      어쨌거나 개인적으로 텐슈테트의 베토벤은 참 강렬해서 좋아합니다. 듣다보면 십년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해서,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듣곤 하지요. :)

      (참, 윗 덧글에서 이야기한 도시바EMI-결정반1500이 아니라 결정반1300이었어요- 3번과 BBC Legends 7번은 다 텐슈테트/LPO 녹음을 말한 것이에요.)

    • JIYO 2008/09/30 23:03  address  modify │ delete

      아무래도 카라얀에게 선입견을 갖지 않기는 힘든 것 같아요. 기회가 되어 다시 들어 보니 드라마틱하기도 하고 60년대 녹음은 박력도 있어서 젊은 호기 같은 게 느껴져 좋습니다. 사실 저로선 어떤 음반이 베토벤의 악보와 구상에 가장 어울리게 연주됐는지는 도저히 알 도리가 없어서 그냥 듣고 좋아하는 것뿐이라는 한계가 있어요. ^^

      결정반1300밖에 못 찾아서 1500은 대체 뭐냐 이러고 있었는데 다행입니다. 하하. 그중 알라딘에 있는 건 보관함에 넣어 두었답니다. 강렬한 베토벤 정말 좋죠. 클라이버의 7번도 그런 비슷한 재미가 있어서 좋던걸요. 더 들어 보고 싶어졌어요.

  3. lunamoth 2008/09/30 21:5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하 저도 한 문장 쓰고 한 달 숙성해서 포스팅했던 기억이 나네요; 근데 요즘은 한 문장도 못쓰고 있네요. 흙... 근데 왠지 넷북을 사면 블로깅을 열심히 할 것 같은데 말이지요. 하하;

    • JIYO 2008/09/30 21:58  address  modify │ delete

      거짓말도 자꾸 하면 버릇 됩니다. 넷북 사면 블로깅을 열심히 할 것 같다니 어디서 그런 말도 안 되는 뻥을 치십니까? 아이고, 지름신만 열라 좋아하겠습니다. 전 꿋꿋하게 참을 겁니다. 제 노트북도 가벼운 거라고요. 제 기억에 1.6킬로그램 안 되는 걸로 압니다. 그래도 저 안 들고 다녀요. 넷북 있다고 들고 다닐 리도 없고. 흥! 괜찮아요. 예뻐도, 가벼워도, 참신해도 제 노트북이면 됩니다! (구경은 다닙니다;;;)

      저 한 줄짜리 문장은 숙성시킨 게 아니에요. 저러고 그냥 멎었던 거지. 아저씨도 참, 알면서. -_-*

  4. 황준식 2008/10/02 12:2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 나도 넷북이 있으면 공부를 좀 더 잘하게 될까? 갑자기 질러보고 싶다.

    • JIYO 2008/10/02 13:33  address  modify │ delete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지르지 마라. 지금도 노트북 있잖아. 그것도 바이오로!!! 아이폰 보고는 아이폰 지른다더니. 구글폰도 나왔던데 그것도 보고 한마디 해 줘 봐. 돈 모아서 나 술 사 줘야지. 헛돈 쓰지 말고 쟁여 두셔. 크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