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내게 두 종류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온라인, 그리고 오프라인.

새삼스럽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난 태어나면서부터 온라인과 접했던 사람이 아니다. 처음에 내게 온라인 세계는 파란색 PC통신 화면으로 시작됐고, 텍스트와 안시코드가 세상을 드러내는 전부였다. 더 넓은 세계보다 동호회의 사람들과 대화하고 관심사를 글로 나타낼 수 있는 곳이 온라인이었다. 월드와이드웹 개념은 그러고도 한참 뒤에나 다가왔다. 신문에서나 보던 '인터넷'이란 걸, 투박한 화면으로나마 볼 수 있게 된 날은 참으로 놀라웠다. 파란색 화면과는 다른 총천연색 화면이 여러 가지 패키지와 묶인 요금제와 함께 훌쩍 내 앞에 다가왔다. 호야가 인터넷 서점 이야기를 하던 때가 언제였던가. 세월은 빛의 속도로 지나가고, 과거에 대한 내 기억력은 그 두 배쯤 빠르다. 난 과거를 기억하는 데는 특히나 영 재주가 없다.

예전에는 '인터넷'이란 말을 자주 썼던 것 같다. 그 '인터넷'이란 말은 현실과는 단절된, '사이버스페이스', '가상현실' 등의 다른 세상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여전히 '인터넷'이라는 말은 쓰지만, 난 이제 어지간한 경우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라는 표현을 쓴다. 생각했다. 내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세계는 동등한 세계이고, 서로 이어져 있지 않나. 태극의 음과 양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세상과 나를 잇고 구성하는 요소들을 조절하고 자극하고 있지 않나.

대충 두 달간 밖으로 향하는 블로그 없이 지내면서, 아니 사실은 없애기 전부터 나와 블로그, 나와 온라인 세계에 대해 고민했다. 그 고민의 결과로 블로그를 없앴다. 제로보드 시절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고민하고 궁리하던 문제들이었다. 고민은 계속된다. 소통에 대한 고민도,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하지만 재미있었고, 즐겁다. 그때부터 지금까지의 고민도, 걱정도, 체제의 변화도, 내가 몸으로 겪는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자극한다. 이것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고 싶다. 내 눈으로 온라인 세상의 변화와 나 자신의 변화를 직접 보고 싶다.

또 하나. 온라인에 살림을 낸 뒤로 이렇게 오래 부재한 적은 없던 것 같은데, 이따금 댓글을 달기는 했지만 이제 온라인 살림이 익숙해진 터라 마치 나 자신이 유령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블로거로 만난 이들에게는 어쩐지 실례를 범한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당혹스러웠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온라인에서 만난 인연에 성실하지 못한 게 아닐까 하는 의문도 생겼다. 온라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친구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아닌가. 변한 건 없다. 난 여전히 그 모양 그 꼴의 JIYO일 거다.

그래도, 그래서 돌아왔다.
아주 약간의 다름을 가지고.
2007/10/22 02:58 2007/10/22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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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namoth  2007/10/23 22: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미요? 배운 도둑질이죠.", 읽을 때마다 묘한 희열을 느끼는 책의 저 문장이 생각나네요^^; 가끔 몇년전에 통신상에서 봤던 ID 를 실제로 만나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때도 역시 둘다 멀리 못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하더군요... 또 모르겠습니다. 정말 모분 블로그에 댓글처럼 "검색엔진에 아빠 이름 넣으면 '초선'이 나와" 라는 얘기를 듣게 될 때가 올런지 말이죠.^^; 여튼 돌아오신걸 환영합니다 :)
    • 之窈  2007/10/23 23:12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씨, 인용구 두 개 다 모르는 말이에욧! 환영사를 이런 식으로 보내셔도 되는 겁니까앗! -_-+

      고맙습니다. 흑. (__)
  2. ellyj  2007/10/27 00: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냥 즐겨찾기에 링크되어있는 주소를 눌렀는데 다른 사람의 공간이 나올때 마치 화장실 문 잘못 들어간 사람처럼 당혹스럽고 내 잘못이 아니겠거니 하는 마음에 문 다시 확인하는 것처럼 다시 확인했다우. 부담스럽겠지만 즐기는 공간이길 바래요.
    • 之窈  2007/10/27 03:10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전 주소는 다른 주인에 왔더라. 게으름의 소치로 내 즐겨찾기 주소를 바꾸지 않았다가 들어가 보곤 잠깐 당황했어. 뭐, 이제 내 손을 떠난 주소지.

      어서 와. 기다렸다오.
      부담은 아직 없고, 어떻게 꾸릴지는 고민 중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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